▲옛 아랍 요새 안 야외행사장에서 찍은 성곽 모습김성호
왕궁박물관 앞에 내걸린 안내문 "공공장소에서 입키스는 하지 마세요"
머큐리 하우스를 지난 해안가 쪽으로 쭉 걸어가자 오래된 성벽 앞에 넓은 공원이 나왔다. '포로다니 가든(Forodhani Gardens)'이라는 해안가 공원이다. 공원 안에는 야외공원 무대시설이 설치되어 있고, 5명으로 이뤄진 록 밴드가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노래가 끝나자 사회자가 마이크로 공원에 몰려 있는 청중들을 상대로 스와힐리어로 인사를 하고 있었다.
무대 전면에 보니 '제9회 다우 국가 페스티벌(The 9th Festival of Dhow Countries), 2006년 7월 14∼23일'이라는 커다란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오랫동안 인도양을 중심으로 다우선을 통해 교역과 문물 교류를 해온 동아프리카 국가와 인도, 파키스탄, 이란, 걸프만 국가와 인도양 섬나라들이 참여하는 영화와 음악 등 종합 문화 행사이다.
지역이나 대륙의 지명을 사용하지 않고 그들 사이의 문물과 문명의 소통의 수단이었던 다우선을 주체로 '다우 국가'라고 부른 것은 참신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국과, 중앙아시아, 이란 등 옛 페르시아 제국 등을 '실크로드 국가'라고 부르는 것과 같다.
공원의 뒤쪽으로는 잔지바르의 유적지들이 인도양을 바라보면서 나란히 줄지어 서 있었다. 오래된 아랍 요새와 '경이의 집'이라는 궁전, 왕궁 박물관 등이다. 오래된 아랍요새는 소형 무대 공연장으로 활용되고 있었고, 잔디 공원은 야외행사장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내가 갔을 때도 요새 안의 잔디 공원 입구 게시판에는 "저녁 7시부터 다우 국가 페스티벌 행사의 하나로 공연이 열린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옛날 요새를 야외공연장으로 활용하니 마치 고대 그리스 야외 원형극장 같은 고풍스런 멋을 풍겼다.
요새 바로 옆에 붙어 있는 베이트 엘 아자이브(Beit el-Ajaib)로 불리는 '경이의 집(House of Wonders)'은 1883년 세워진 술탄의 궁전인데 최초로 전기가 들어오고 엘리베이터가 설치된 것을 보고 사람들이 놀라워한데서 붙여진 이름이다. 대문 앞에는 인도양을 향해 대포 2문이 놓여 있는 것이 인상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