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벽을 칠한 전통가옥과 잔지바르의 뒷골목.김성호
오후에는 옛 도시의 뒷골목을 걷고 오만의 술탄 유적지와 노예시장 등을 둘러보았다. 내가 묵은 여행객 숙소인 헤이븐 게스트 하우스(Haven Guest House)를 찾는 것 자체가 미로 찾기였다. 이정표도 없는 골목길 안쪽에 있어서 한번 밖으로 나왔다가 다시 찾으려면 한참을 헤매야 했다.
스톤타운의 옛 도시는 모두 좁고 구불구불한 미로와 같은 길이다. 잔지바르의 멋은 옛 시가지 그대로의 뒷골목을 걷는 것이다. 18∼19세기 당시의 모습이 그대로 살아 있는 뒷골목 길은 먼지는 나지만 고풍스런 멋을 느끼게 한다.
좁은 골목길을 따라 걷다 보면 머리에 하얀 히잡을 쓰거나, 눈만 내놓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내려가는 검은 차도를 쓴 여인들을 보게 된다. 후텁지근한 날씨에도 히잡과 차도르를 입은 여인네들과 여기저기 있는 이슬람 사원을 보면 잔지바르가 이슬람의 도시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
잔지바르의 일반 여자들이 입는 옷 중에는 화려한 색상의 캉가(Kanga)라는 제품도 있다. 여자들이 치마처럼 둘러 입거나 몸에 걸치는 화려한 무늬의 면으로 된 엷은 천이다. 잔지바르와 다르에스살람 등 동아프리카 지역에서 자주 볼 수 있고, 재래시장과 일반 기념품 가게에서도 팔고 있었다.
뒷골목 길에는 아랍과 인도풍의 건물들이 예전 모습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데, 그 건물들은 각종 팅가팅가 풍의 그림과 나무 조각제품, 캉가 등의 옷을 파는 기념품 가게들로 바뀌었다. 옛 시가지에서는 가장 큰 도로라고 해야 차가 한 대 간신히 지나갈 정도로 좁다.
잔지바르 건물의 특징은 두 가지인데, 하나는 하얀 석회벽과 문이다. 건물의 바깥벽은 산호 가루와 모래를 섞어 하얗게 바르고, 벽도 매우 두꺼운데 후텁지근한 열대해안 기후로부터 건물 안쪽을 서늘하게 유지하기 위한 것이다. 지붕은 이곳에서 많이 나는 망고나무를 서까래로 사용했다.
또 다른 특징은 꽃과 나뭇잎, 물고기 등을 추상화해 만든 각종 문양을 새긴 나무로 된 대문이다. 대문의 크기와 문양, 나무 재질 등에 따라 집주인의 경제적, 사회적 지위를 나타냈다. 지위가 높을수록 대문의 크기가 크고 더 정교한 문양을 새겼다.
문양도 각각의 의미를 나타내는데, 연꽃은 생식능력, 물고기는 다산, 쇠사슬(체인)은 안전, 유향은 부의 상징이다. 대문의 문양으로 사람이나 동물 등을 그리지 않고, 식물이나 문자 등의 기하학적인 문양만 나타내는 것은 이슬람의 영향 때문이다.
우상숭배를 엄격히 금지하는 유일신인 이슬람은 그림이나 문양에서도 사람이나 동물의 표현을 우상으로 여겨 피하고 있다. 이슬람을 대표하는 아라베스크 문양이 나무와 기하학적인 모양으로 표현되는 것도 같은 종교적 이유. 잔지바르의 대문은 스와힐리 전통에다 이슬람과 인도의 영향으로 복잡하고 다양한 모양을 보여주고 있다.
그룹 '퀸'의 전설적 가수 프레디 머큐리가 왜 잔지바르 뒷골목에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