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망의 아이들과 쿠쿰부로양학용 & 김향미
만년설 쿠쿰부로가 구름 띠를 두르고 있었다. 내가 가진 지도에는 없는 마을, 티망. 길을 잘못 들지 않았다면 만나지 못했을 풍경이었다. 여행은 가끔 그렇게 길을 잃어버리고 여정에 없던 곳을 방문하는 순간, 그 속살을 보여주곤 한다.
그날은 트레킹을 시작한 후 처음으로 어두워질 때까지 걸었다. 티망 할머니의 친구 댁에서 화롯불에 알루(감자)를 구워먹으며 한 시간 쯤 놀았기 때문이다.
아내의 해석에 의하면, 네 명의 여인은 탄촉 마을에 산다. 할머니의 딸, 친구, 친구의 딸이라 했다. 할머니의 딸, 푸르나(갈림길에서 길을 가르쳐줬던 그 젊은 여성)는 도시로 시집 갔다가 잠시 지내러 오는 중이었다.
친정 한 번 오는데 4일 동안 걷는 셈이다. 그런데 두 아이의 엄마라는 그녀는 대단한 인상파였다. 알아듣지도 못하는 그녀의 말에 귀기울여주지 않는다고 금방 볼 따귀에 불통을 만들며 인상을 써댔다.
이런 일도 있었다. 티망을 벗어나 산길을 내려가고 있을 때였다. 그녀는 갑자기 비명을 지르더니, 신발을 벗어들고 치맛자락을 걷어서 손으로 말아 쥐고 왔던 길로 뛰어갔다. 내가 놀라서 물어보았다.
"할머니 무슨 일이에요?"
할머니 일행은 별 일 아니라는 듯 계속 길을 갔다. 30여분 후, 그녀는 맨발로 달려와서 발바닥을 쓱쓱 닦더니 신발을 다시 신었다. 티망에 짐 보따리를 두고 왔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