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살문이정근
조선국왕의 왕릉에는 입구를 지나 홍살문에 이르는 길에 인위적으로 조성한 냇물이 있다. 금천(禁川)이다. 대궐에 금천이 있어 임금과 신하에게 경각심을 주듯이 왕릉의 금천은 성(聖)과 속(俗)을 구분 짓는 경계선이다. 금천에 걸친 다리를 건너는 순간 신령(神靈)스러운 공간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대부분 절 앞에도 개울이 있어 사바세계와 속세의 경계를 이루고 있다.
또한 무성한 숲, 잘 가꾸어진 잔디와 정자각을 비롯한 목조 건물은 화재에 무방비 상태였다. 화재가 발생하여 능상이 불타기라도 하면 대단한 불경으로 간주했다. 이러한 환경으로 금천은 화재 대비용 방화수 역할을 하기도 했다. 이러한 금천이 건원릉에는 잘 보존되어 있는데 헌릉에는 없다. 편리함을 추구하는 현대인들이 주차장을 조성하면서 복개해버렸는지 모른다.
홍살문을 마주하면 정말 왕릉에 왔다는 느낌을 받는다. 홍전문(紅箭門) 또는 홍문(紅門)이라고 불리는 홍살문은 양쪽에 붉은 둥근 기둥 2개를 세우고 그 위에 지붕 없이 붉은 살을 죽 박아 세워 이곳이 신성한 곳임을 알리던 문이다. 살의 숫자는 왕릉마다 조금씩 다른데 많이 박았다고 더 위엄 있는 것도 아닌 듯하다. 헌릉의 홍살문에는 태극무늬를 중심으로 양쪽에 다섯 개씩 박혀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