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명원 전람관에 있는 물고기 형상.김종성
하지만, 싼 게 비지떡이라고 전람관 안에는 특별히 볼 만한 게 없는 것 같다. 돌로 만든 물고기 형상이 좀 인상적인 게 특징적이라고나 할까. 혹 이 물고기는 서양루 앞 연못에 살다가 1860년 그날의 파괴를 피해 뭍으로 올라 숲 속에 숨어 있다가 그냥 그대로 굳어버린 것은 아닐까.
위와 같이 중국인들이 원명원의 폐허 현장을 정리하지 않고 원칙상 그대로 놔두는 것은 물론 관광수입을 올리기 위한 목적도 있겠지만, 그에 못지않게 자국민들에게 서양제국주의에 대한 경각심을 심어주기 위한 목적도 있을 것이다.
그것은 서양제국주의의 동아시아 침탈이 아직도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이다. 최근에 그들은 간판만 약간 바꿔, 세계화를 무기로 동아시아 등을 압박하고 있다. 외양만 바뀌었을 뿐, 동아시아 등을 경제적·문화적으로 침탈하려는 그들의 의도는 19세기나 지금이나 본질적으로 달라진 게 별로 없을 것이다.
그런데 범죄자가 반성은커녕 도리어 재범을 노리고 있는데도, 동아시아인들은 서양제국주의자들에게 아직까지 별다른 응징을 가하지 않고 있다. 아니, 못하고 있다. 고작해야 서양의 대리인인 일본을 상대로 사과와 배상을 요구하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그것마저도 사정이 여의치 않다.
제국주의 침략으로 생긴 아픔과 상처가 아직도 동아시아에 잔존하고 있다는 것은, 이것이 여전히 현재진행형의 문제임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아시아는 그 역량이 아직 미약하여 서양열강에게 사과나 배상을 요구하기는커녕 그들이 주도하는 세계화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서양의 눈치를 보고 있을 뿐이다.
한편, 미국·영국 등 서양열강은 일본에게만 사과 책임을 떠넘기고 자신들의 범죄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그들은 1945년 이후 전승국 행세를 하면서 세계의 재판관으로 군림하고 있을 따름이다.
만약 동아시아의 경제력·군사력이 지금보다 훨씬 더 강했다면, 그들이 과연 자신들의 범죄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할 수 있었을까? 어떻게든 동아시아인들의 마음을 풀어주려고 노력하지 않았을까.
이처럼 동아시아가 아직도 서양의 사과를 받지 못했다는 점에서, 원명원의 파괴 현장은 그대로 보존되어야 할 것이다. 범인을 잡아 현장검증을 할 때까지 범죄현장을 정리해서는 안 될 것이다.
서양 혹은 그 대리인의 제국주의 침략을 당한 한국·중국·베트남 같은 동아시아 국가의 경우에, '마음속 원명원'은 범인을 잡는 그날까지 사건 당일의 모습 그대로 보존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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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ongsung.com.시사와역사 출판사(sisahistory.com)대표,제15회 임종국상.유튜브 시사와역사 채널.저서:친일파의 재산,대논쟁 한국사,반일종족주의 무엇이 문제인가,조선상고사,나는 세종이다,역사추리 조선사,당쟁의 한국사,왜 미국은 북한을 이기지못하나,발해고(4권본),한국 중국 일본 그들의 교과서가 가르치지 않는 역사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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