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푸징의 야시장. 아직 오후 5시라서 조명등이 켜지지는 않았다.김종성
번화가를 지나면, 한국어를 정말로 잘 하는 중국 상인들을 만날 수 있다. 번화가에서 약 15분 정도 걸어 올라가면, '희귀 식품'을 파는 포장마차들이 죽 늘어선 야시장을 발견하게 된다.
이곳에서는 좋게 말하면 희귀 식품이고 나쁘게 말하면 '혐오 식품'이라고 할 수 있는 음식들을 팔고 있다. 전갈·매미 번데기·뱀 등 각종 진귀한 생물들을 불에 구운 뒤에 꼬챙이에 꿰어 팔고 있다. "중국에서는 책상 다리 빼고는 다리 네 개 있는 것은 다 먹는다"는 말이 과장이 아님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는 음식을 사먹는 '손님'보다도 사진을 찍어대는 '관광객'이 훨씬 더 많을 것이다. 피부색이 제각기 다른 '카메라 기자'들과 포장마차에서 음식을 만들어내는 '중국 탤런트'들을 보는 것 같다.
그런데 포장마차 몇 군데를 지나는 순간 갑자기 한국어가 들려왔다. "아저씨, 이것 좀 보고 가세요!" 전갈 등 가장 희귀한 음식을 파는 남자상인의 말이었다. 뜻밖의 한국어가 '너무 고마워서' 그가 파는 '희귀한' 꼬치를 15위엔(약 1950원)에 샀다.
그런데 고마워야 할 대상은 그 상인뿐만 아니었다. 지나치는 상인들마다 한국어를 몇 마디씩은 다 할 줄 알았다. "이것 맛있어요" "아저씨, 이것 드셔보세요" 정도는 기본이고, 어떤 여자 상인은 동양계 외국 남자로 보이면 무조건 "여보야!"라고 외치고 있었다.
상대가 일본인 남자일 수도 있는데, 그는 상대가 한국 남자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서 "여보야" 한마디로 손님들을 끌고 있는 것이다. 한국 남자들은 '여보'보다는 '자기'라는 말에 더 약하지 않을까.
아무튼 중국의 명동이라는 왕푸징의 상인들은 웬만하면 한국어 몇 마디는 다 할 줄 안다. 손님이 자신의 한국어에 관심을 갖는다고 판단되면, 음식을 홍보하기보다는 한국어를 계속 '발사'함으로써 손님을 끌려 한다. 손님의 향수를 자극하려는 밉지 않은 상술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