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와 짙은 안개가 낀 만다라 산장.김성호
삼림욕하듯 오르는 만다라 산장
가이드가 모든 등반 수속을 끝낸 낮 12시께 우리는 만다라(Mandara) 산장을 향해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나와 함께 오르는 사람은 제임스(44)라는 가이드와 짐꾼 1명, 요리사 1명 등 모두 3명이다. 킬리만자로는 전문 가이드가 없으면 개인 등반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에 여행사를 통해 가야 한다.
수풀이 우거진 산림 속을 걸어서 가는 길은 마치 삼림욕을 하는 느낌이다. 비가 간혹 내리지만 수풀 속으로 들어가자 나무가 오히려 비를 막아줘 우산 없이도 걷는 데 별다른 지장이 없다. 나는 입구에서 5000실링을 주고 빌린 등산용 지팡이를 짚으며 천천히 올라갔다.
나와 가이드는 산속의 오솔길을 따라 올라가고, 짐꾼은 자동차가 다닐 수 있는 큰 도로를 이용해 올랐다. 짐꾼들은 커다란 배낭과 음식물, 텐트를 등에 짊어지거나 머리에 이고 성큼성큼 올라가고 있었다. 나보다 늦게 출발한 등산객들도 나를 앞서기 시작했다.
나는 천천히 올라갔다. 다른 등산객을 절대 추월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킬리만자로에는 정상에 올라갔다는 증명서도 있어도, 등반시간은 기록하지 않기 때문이다. 킬리만자로와 대화를 하면서 오를 수 있는 데까지 오르고, 언제든지 하산하겠다는 마음의 약속을 했다.
작은 개울가에 놓인 나무다리를 건너 1시간 조금 지나자 도착한 곳은 키삼비오니 간이 휴게소. 화장실이 있고 물이 나오는 휴게소에서 앉아 식빵과 과일로 점심을 했다.
나무가 우거진 숲 속은 빗방울마저 떨어지면서 정글의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만다라 산장에 오르는 길은 산림지대로 새소리도 들리고, 커다란 침엽수인 포도카푸스(Podocarpus) 나무와 대형 고사리류 식물(Giant Fern), 이끼들이 많이 자라고 있었다.
이슬비를 맞으며 올라가다 보니 3시간도 채 안 걸려 평지에 오두막같이 생긴 산장이 나타났다. 오늘 하루 묵을 만다라 산장이다. 첫날은 본격적인 등반을 위한 준비단계인 워밍업에 불과한 것이다. 비가 여전히 추적추적 내리고 짙은 안개로 둘러싸인 만다라 산장은 무거운 느낌마저 준다.
나무 산장 옆에는 시멘트로 새로운 건물을 짓고 있었다. 기초공사는 끝나고 뼈대를 올리는 공사를 하고 있었다. 가이드인 제임스는 "만다라 산장은 하루에 85명 등산객을 수용할 시설이 있는데, 성수기에는 부족해 추가로 산장을 짓고 있다"고 말했다.
저녁은 왜 그리도 빨리 먹는지 모르겠다. 오후 5시가 되자 저녁식사가 나왔다. 해가 일찍 지는데다 높은 산에서는 소화불량도 일어나기 때문에 저녁을 일찍 먹고 자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산장의 식탁에서 저녁을 먹는데 일본인 한두 명을 제외하고는 영국과 독일, 프랑스. 스페인 등 대부분 유럽인들이다.
식탁 옆에 스페인 여자가 <게이샤의 자서전(Autobiography of a Geisha)>이라는 책을 읽고 있어 식사를 하면서 이야기를 나눴다. 그녀는 이미 <게이샤의 추억(Memoirs of a Geisha)>이라는 책을 이미 읽고 재미있어서 새로운 책을 샀다고 했다. 게이샤의 추억은 미국의 작가 아서 골든이 쓴 책이고, 게이샤의 자서전은 게이샤 출신인 일본의 사요 마수다가 썼다. 소설과 영화로 나온 게이샤 이야기는 외국인에게는 흥미로운 분야이다.
오후 6시가 되자 어두워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전깃불도 없기 때문에 책을 읽을 수도 없다. 간이침대 4개가 있는 오두막집에서 독일의 50대 부부와 함께 잤다. 침낭 속으로 들어가니 그런대로 포근했다. 침낭과 등산 옷 등 등산 장비는 사파리 회사에서 제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