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직원들이 감나무를 자르다. 윗부분은 다 자르고 아랫부분을 작업하는 중.정판수
다음날 즉시 한전에서 나와 잘라주었다. 정말 거기(한전)서 보유한 사다리차가 큰 역할을 했다. 아마 그냥 나무에 올라가 톱으로 잘랐으면 한나절 이상 걸렸을 걸 한 시간쯤 지났을까, 까치집을 마지막으로 잘라낼 나무가 다 떨어졌다.
까치집이 떨어졌을 때 아래서 일을 도와주던 이에게 "저나 마을 어른들께서는 까치집도 집인데 하며 부수는 걸 많이 망설였는데…"하며 말끝을 흐렸더니, 한전 근무하는 이가 "우리에겐 천적입니다" 하며 웃었다.
태풍 때문에 잘랐지만 아쉬움은 컸다. 당장 올가을에 거둬들일 감은 10분의 1도 채 안 되는 건 물론이고, 잘라낸 모습이 마치 당뇨환자가 병이 깊어져 급기야 팔다리마저 썩어 어쩔 수 없이 잘라낸 흔적처럼 보기 흉했다.
그런데 오후에 우리 집을 지나치시던 하서 어른께서 물으셨다.
"어, 이 집 감나무 언제 잘랐어요?"
"오전에 한전에서 와 잘라주었습니다."
"아, 참 잘했어요. 진작에 그렇게 했어야지."
"그래도 마음이 아픕니다."
"정 선생, 그렇게 생각 마오. 그동안 아픈 몸으로 짊어진 삶의 무게가 얼마나 무거웠을까 하고 한 번 생각해 보시오. 이제 한 짐 덜어놓았으니 아마 내년에는 새 가지가 나와 감이 새로 맺힐 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