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필하모니 색소폰 오케스트라 창단연주회.전라필하모니
- 연습 부지런히 하셔야겠네요. (웃음)
[최강일] "직장인들이라서 그 점이 좀 우려됩니다. 아무래도 시간의 제약을 받으니까요. 창단연주회까지는 어떻게 여기까지 잘 끌고 왔는데 그 후부터가 문제거든요. 그러나 지금 창단연주회를 성공적으로 마쳐서 모두들 고무되어있는 상태라 이대로만 잘 잡아주면 큰 문제는 없을 듯합니다."
- 이제 두 분 개인적인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우선 악장님부터. 색소폰과는 어떻게 인연을 맺게 되었나요?
[최강일] "올해 9월이면 색소폰을 배운지 만 3년 됩니다. 처음 색소폰을 접하게 된 계기는 한 친구가 색소폰을 부르는 것을 보게 된 것이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다지 잘 부른 연주는 아니었는데 그때는 왜 그렇게 멋있어 보이던지. 한마디로 문화적 충격을 받은 셈이죠. 그 다음 날 바로 색소폰 학원에 등록했잖아요." (웃음)
[최기수] "예전부터 기타나 다른 악기들을 조금씩 다루어봤는데 마음 한구석에 색소폰에 대한 열망이 크게 있었나 봐요. 남성적인 악기라는 점이 매력적으로 느껴졌습니다. 한번 배워보자 마음먹었죠."
3개월 만이면 누구나 배울 수는 있다?
- 아까 색소폰이 의외로 배우기 어렵지 않다고 하셨는데 정말인가요?
[최기수] "어려울 게 없습니다. 악기 자체에 음 셋팅이 되어있어서 거기에 맞춰 누르기만 하면 됩니다. 별다른 주법이나 난해한 기교가 있는 게 아니니까 3개월만 하면 누구나 배울 수 있습니다."
- 3개월이라구요? 오호∼
[최강일] "보통 수준의 곡들을 연주하는 데는 그 정도쯤이면 무난해요. 어지간하면 그 정도는 다 할 수 있어요. 그런데 문제는 얼마나 깊고 아름다운 소리를 내느냐 이거죠. 그 뒤부터는 끊임없는 노력과 연습이 뒤따라야겠죠. 다른 악기들도 마찬가지겠지만."
- 처음에 색소폰 오케스트라로 연주회를 한다고 했을 때 들었던 의문 중의 하나는 연주곡 레퍼토리가 그렇게 다양할 수 있느냐는 겁니다.
[최기수] "4옥타브까지는 가능해요. 그 안에서는 어지간한 곡들은 다 연주할 수 있어요. 음역이 넓다고는 못해요. 그러나 베토벤의 교향곡부터 장윤정의 '어머나'까지 모두 연주 가능합니다."
[최강일] "음역이 넓지는 않아도 표현력이 아주 풍부하고 다양합니다. 같은 음이라도 어떻게 기법을 달리하느냐에 따라 그 색이 확연히 달라지죠. 예를 들어 드롭(내리는 음)이냐 밴딩(끌어올리는 음)이냐에 따라 분위기가 다르거든요. 또 칼톤(가래끓는 듯한 음)이냐 서브톤(바람이 빠지는 듯한 음)이냐에 따라서 작품의 맛을 살릴 수도, 죽일 수도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주법은 상당히 어렵습니다. 색소폰 고수들이 하는 것이지요."
- 아무래도 호흡이 중요하겠죠?
[최강일] "당연합니다. 호흡은 철저히 복식호흡이어야 합니다. 대개 초보자들이 처음 배울 때 소리를 제대로 내지 못하거나 소리를 내더라도 '삑-' 하는 날카로운 소리를 내는 이유는 호흡을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이에요. 색소폰 연주는 호흡법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따라서 복식호흡하는 연습을 평상시에도 해야 해요. 상대방과 이야기할 때도 복식호흡을 하고 숨을 참는 연습을 해야 하는 거죠. 복근에 공기를 가득 넣은 기분으로 악기를 연주한다고 하면 이해가 되실 거예요."
[최기수] "늘 복식호흡을 하기 때문에 뱃살이 빠지게 됩니다. 실제로 색소폰 연주를 하면서 뱃살이 빠진 분들을 많이 보았어요. 다이어트가 절로 되는 거죠. 그리고 색소폰 연주하는 게 굉장한 열량 소모가 되는 일이거든요. 다이어트를 병행한 취미생활을 고려하시는 분들께 적극 추천입니다." (웃음)
베토벤부터 '어머나'까지... 색소폰의 변신은 무궁하다
- 댁에서 연습은 자주 하시나요?
[최강일] "소리가 굉장히 커서 집에서는 연습을 못합니다. 방음시설이 갖춰진 곳에서만 연습할 수가 있어요."
- 그러고 보면 오케스트라만의 연습공간도 꼭 필요하겠군요.
[최기수] "현재는 여기 학원의 연습실을 쓰고 있습니다만 어엿한 연습공간을 마련해야죠. 그렇지만 현재 저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저희를 이끌어줄 단장을 모시는 일입니다. 70명의 열정을 한데 묶어서 지도해줄 수 있는 단장님을 지금 찾고 있는 중인데 역시 어렵네요. 어떤 대가나 이익을 바라지 않고 순수한 마음으로 저희 색소폰 오케스트라를 이끌어줄 분이면 더 바랄 게 없습니다.
오직 '전라필하모니 색소폰 오케스트라'의 창단과 연주회를 위해 두 달여간 숨가쁘게 달려왔습니다. 주위에서는 시기상조 아니냐, 무리 아니냐며 부정적인 시각을 보이기도 했지만 왜 옛말에도 있지 않습니까.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한 번 불처럼 일어난 열정과 신바람의 여세를 몰아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이거든요. 저희끼리도 우스갯소리로 그래요. 한국사람 아니면 절대 이렇게 못한다고요. 어쨌거나 이 여세와 열정을 계속 몰아서 전라필하모니 초석 다지기에 힘쓸 작정입니다."
- 모쪼록 한번 일으킨 신바람이 계속 저희를 즐겁게 해주었으면 좋겠네요.
[최강일] "색소폰 특유의 이 끈적끈적한 음색이 모두에게 매력적으로 들리는 그날이 분명 올 겁니다." (웃음)
| | 색소폰 불기... 장난이 아니었다 | | | [인터뷰 뒷이야기] 세상에 쉬운 악기는 없다 | | | |
| | | ⓒ안소민 | |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갈 수 없다면서 악장님께서 손수 색소폰 연주를 해주었다. 창단연주회 이후 처음 잡아보는 색소폰이라고 했다. 사실 그 마음 조금은 이해된다. 어쨌든 연습장 조명을 끄고 사이키 조명을 켜니 훌륭한 무대가 되었다.
'끈적끈적'(악장님과 사무국장님의 표현)한 색소폰 음색은 흐릿한 조명 아래서 더욱 그 본색을 드러내는 듯. 소리새의 '그대 그리고 나'와 이광조의 '사랑을 잃어버린 나'를 라이브로 들었다. 분위기 좋은 카페에 와 있는 듯했다.
그런데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갈 수 없다면서 이번에는 손수 불어보란다. 마침 리드(피리·리드 오르간·오보에·클라리넷 등의 악기에 붙이는, 탄력성 있는 얇은 조각. 입으로 불거나 하여 공기를 보내면 진동하며 소리를 냄) 새것이 있다면서 끼워서 주신다. 이렇게까지 배려해주시는데 안 할 수가 있나. 하물며 뱃살도 빠진다는데…. 물론 한번 분다고 뱃살이 빠지는 건 아니지만.
복근에 힘을 주고 세게 불어보았지만 꿈쩍도 않는다. 두 분의 표정 모두 '불긴 불었어?'다. 다시 힘을 세게 주어 불었다. 그런데 이번엔 찢어지는 소리가 난다. 그게 바로 초보자들이 대개 거쳐간다는 소리. 어쨌든 소리를 낸 것만으로도 가상하다고 스스로 위안하고 있는데 두 분이 서로 나누는 이야기.
"그게 바로 초보자들이 내는 소리예요. 배가 아니고 목으로 불기 때문에 그렇죠."
"근데 악장님. 지난번 오신 그 여자분. 처음인데 소리 잘 내시데. 여자분들에도 처음인데도 꽤 좋은 소리를 내는 분도 많았죠."
슬며시 색소폰을 내려놓았다. 맞다. 세상에 쉬운 악기가 어디 있을까. 아니, 세상에 쉽기만 한 게 어디 있을까. 색소폰 부는 거 장난 아니었다. 근데 정말 뱃살은 빠질 것 같더라. 마치 윗몸일으키기를 할 때의 열량소모와 비슷한 듯. 그것 하나는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 | | | |
덧붙이는 글 | 전라필하모니 색소폰 오케스트라 카페 (http://cafe.daum.net/jeonlaph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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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아픈 것은 삶이 우리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도스또엡스키(1821-18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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