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농약 텃밭 가꾸시는 아버지, 그 마음 속엔...

유기농 먹거리 속엔 가족 사랑이 담겨 있습니다

등록 2007.07.18 09:48수정 2007.07.18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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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가 취미인 우리집 박농사꾼은 이른 봄 장날에 가셔서 고추 모종 70여개를 야심차게 구입하셨다. 그 외에도 가지, 박, 호박, 도라지를 텃밭에 심으셨고, 생강 싹 낼 거라며 집 안 가득히 생강냄새를 폴폴 풍기기도 하셨다. 그리고 우리집 작디 작은 화단의 절반의 나무를 뽑아 만든 흙공간에는 올해도 어김없이 상추 씨앗을 뿌리셨다.


2007년 상추 씨앗 뿌리는 어느 봄 날
2007년 상추 씨앗 뿌리는 어느 봄 날박경내

2007년 봄, 화단에 상추 씨앗 뿌리기
2007년 봄, 화단에 상추 씨앗 뿌리기박경내

봄동안 모종 자라는 것 지켜보던 박농사꾼은 고추모종을 추울 때 조금 이르게 심어서는 얼어버린 건지 다른 밭에 비해 도통 자라지 않는다며 속상해 하셨다. 그러다가 그 후 어느 날은 보도 듣도 못한 '깔비'로 퇴비를 하셨다는 것을 재차 강조하시며 연신 흐뭇해 하시기도 하셨다.

하도 생소해 물어본 '깔비'란 용어는 겨우내 나무에서 떨어진 잎들을 말하며 그것들이 썩어 좋은 거름이 된다고 하셨다. 실은 그 전에 어느 풍작을 이룬 할머니께 조언을 듣고는 처음 시도해 보신다는 설명도 덧붙이셨다.

날이 차차 더워지고 언젠가부터는 밭을 다녀오셔도 빈 손으로 돌아오시지 않으셨다. 그렇게 이제 수확의 시기가 돌아와 우려하던 고추농사도 이제 와서는 주위에서 "퇴비를 무얼 쓰셨길래 농사가 그렇게 잘 됐냐?"고 물어볼 만큼 주렁주렁 열렸다는 소식도 전하셨다. 그 말씀을 듣고 있자니 보지 않았어도 그 부러운 물음에 자랑스레 깔비를 썼단 대답을 하셨을 모습이 눈에 선하였다.

이번에 휴일을 맞아 가족들을 대동해 박농사꾼이 그간 애지중지해 온 많은 자식(수확물)들을 함께 보러 나섰다. 밭에서 농작물들을 설명하는 틈틈히 풀을 뽑아주고, 수확의 시기를 가늠하시며 바라보는 눈길에 애정이 그득하시다.

하지만 그보다 더 사랑하는 건 바로 우리를 향한 사랑이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간 가족들이 먹을 음식이기에 농약 한 방울 뿌리지 않으며 자연퇴비를 이용해 농사를 지으셔서는 건강할 사랑을 손수 먹여주시니 말이다.


2007년 7월 17일 밭에서 수확물에 함박웃음 지으시는 박농사꾼의 모습
2007년 7월 17일 밭에서 수확물에 함박웃음 지으시는 박농사꾼의 모습박경내

요즘은 단순히 농약 과하게 뿌린 것은 전혀 이슈도 아닐 수준의 음식에 관한 논란을 흔히 접할 수 있다. 일일이 찾아보지 않고 지나치며 들은 것만 나열해 보아도 음식물에 표백제 사용, 식용가축 관리문제, 농작물 수입 과정에서의 약물과다처리, 음식물 색소투입 등등 온통 가슴 섬뜩한 내용뿐이다.

2005 개심사 - 현대인들은 원효대사와 닮았다.
2005 개심사 - 현대인들은 원효대사와 닮았다.박경내

'어쩌면 우리 모두는 현대판 원효대사가 아니던가'란 생각이 문득 들었다. 원효대사는 해뜨자 알아버린 단 한 번의 경험으로 큰 깨달음을 얻었지만, 현대인들은 도무지 알아차리기 어려운 수많은 경험으로 결국은 건강을 크게 잃을 것 같은 이 예감은 마냥 불길하기만 하다.


더 이상 '마음'은 생각하기도 전에 우선 '건강'부터 우려하게 만드는 먹거리에 대한 의심이 자꾸만 생겨난다. 이런 와중에 자연이 보내준 그대로 순수 유기농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은 편안한 기쁨이고, 즐거움임을 꼭꼭 되새김질해보고 새삼스레 감사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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