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양유묵, '혈농어수(피는 물보다 짙다)'몽양 선생 기념사업회
혈농어수(血濃於水)
"몽양이 남긴 유묵 가운데 '혈농어수'(血濃於水)가 있습니다. 몽양의 삶과 사상을 집약한 글이지요. 여기서 혈은 피, 곧 민족을 말함이요, 수는 물, 곧 이념을 말함입니다. 혈농어수란 '민족은 이념에 앞선다'라고 풀이해야 합니다."
강준식 몽양여운형선생 기념사업 상임이사가 힘주어 하는 말이었다. 강준식, 솔직히 나에게는 생소한 사람으로 초면이었다. 몽양과는 어떤 관계로 기념사업회 일을 보게 되었는지 물었다.
"제가 1969년 등단한 이후 먹고사는 일(시카고, 뉴욕 동아일보, 뉴욕 조선일보 편집국장 및 논설주간, 정치권, 공기업)에 매달려 작품을 별로 못 쓰고 지내다가 1987년 6·10 항쟁으로 민주화가 된 이후의 민족적 과제는 통일이라는 생각으로 통일문제에 천착하였지요. 제가 공부하고 취재한 바로는 실제로 해방정국에서 통일운동을 한 사람은 몽양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여운형을 중심으로 이승만·김구·송진우·김일성·박헌영·김규식 등 민족지도자들이 벌이는 꿈과 지략과 경륜의 대 서사시인 <적과 동지>라는 7권 분량의몽양일대기를 쓴 바가 있습니다.
최근에는 이를 축약하여 몽양의 통일운동 전말사라고 할 수 있는 <혈농어수>라는 3권짜리 몽양 여운형 일대기를 펴냈지요. 그것이 계기가 되어 연을 닿게 되었습니다."
옆에서 듣던 이기형 선생이 보충설명을 했다. "몽양기념사업회에서 이 분의 작품을 보고 아주 능력있는 분으로 여기던 차에 유정 조동호 선생 아드님 조윤구 씨가 교회에서 강연하는 이 분을 만나 천거해서 일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나는 영광되게 몽양의 열혈 팬인 이기형 시인과 한 세대를 건너 뛴 강준식 선생을 한꺼번에 인터뷰를 하는 셈이었다. 이기형 선생은 1917년생이시고, 강 선생은 1947년생이니까 꼭 30년으로 한 세대다.
"몽양은 해방정국에서 가장 뛰어난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