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기가 자르르한 삶은 돼지고기와 땅속에서 4년을 묵힌 묵은지조찬현
13년째 음식업을 하는 김금자(48) 주인장은 매일 새로운 반찬에 서너 가지의 찬을 바꾼다고 한다. 얼마 전까지 방짜 유기 그릇을 사용했으나 그 무게가 만만치 않아 일하는 이모들이 너무 힘들어해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며 아쉬워한다. 현재는 가벼운 스테인리스 그릇으로 모두 바뀌었다. 이 집은 최근에 김 주인장이 인수해 분위기를 바꿨다.
정갈한 음식들 맛 또한 상큼하다. 묵은지에 윤기가 자르르한 삶은 돼지고기 한 점은 동동주 생각이 절로난다. 보리밥은 큰 대접에 담겨져 나왔다. 나물 따로, 밥 따로 차려지는 음식이 훨씬 푸짐한 느낌이다.
돼지고기 하나를 삶는데도 대파와 양파, 감초, 헛개나무, 인삼, 생강, 마늘 등 수도 없이 많은 재료가 들어간다. 이렇게 준비한 재료를 한 솥 가득 넣고 숨을 죽여 삶아낸다. 삶은 돼지고기는 국내산 돼지고기와 이들의 재료가 함께 어우러져서인지 야들야들하고 윤기가 돈다. 하지만 수입산에 비해 두 배나 비싼 국내산, 그래서 웬만한 집에서는 수입산으로 대체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바늘과 실처럼 돼지고기를 따라다니는 묵은지는 땅속에서 4년을 숙성했다. 이러니 결코 만만한 맛이 아니다. 이집의 보리밥은 먹거리의 참맛과 건강을 한꺼번에 안겨준다. 주인장의 구김살 없는 웃음과 편안함도 좋다.
보리밥 한 양푼에 넉넉하게 담긴 남도의 인심과 상다리 휘어지도록 내온 나물을 가득 넣고 쓱쓱 비벼낸 보리밥이 눈앞에서 순식간에 사라진다. 정겨운 그 집을 또다시 찾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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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해보다 먼저 떠서 캄캄한 신새벽을 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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