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 애써 뜯은 산나물을 할머니가 몰래 갖다 놓다.정판수
그런데 … 현관문을 열고 나가자 문 앞에 제법 실하게 묶인 열무 두 단이 놓여있는 게 아닌가. 아까 개 짖는 소리가 났을 때 누군가 우리 집 현관에 놓고 갔으리라는 생각이 퍼뜩 스쳐 지나갔다. 그동안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으므로.
해서 누군가 궁금했다. 맑은 날도 아닌 오늘처럼 쏟아지는 빗속을 뚫고 와 놔두고 간 이가 누군지. 물론 몇 사람이 눈앞에 떠올랐다. 아내더러 전화하라고 했다. 짐작에 처음 짚은 할머니가 주인공이지 싶었다. 그래서 아내도 먼저 요령껏 물었다.
아내 : 왜 또 열무 두고 가셨어요?
할머니 : 나가? 무신 열무를?
아내 : 에이 다 알아요. 할머니가 갖다놓으셨지요?
할머니 : 구신이 갖다놓았는갑네.
아내 : (웃으며) 그러면 할머니가 귀신이시겠네요.
할머니 : 아이구, 내사 구신이었으면 억수로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