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길섶에서 차가 지나가기를 기다리고 있는 어미까투리김태현
이제 잠시 후면 녀석이 지나갈 것이고, 그때까지만 기다리면 된다. 녀석들은 도로 위를 날아 뛰어넘기도 하지만 대체로 잽싼 걸음으로 지나간다. 그런데 오늘은 다른 날과 달리 움직이려 하지 않아 무작정 기다릴 수 없어 '빵 빵'하고 경적을 울렸다.
그러자 이쪽을 한 번 보는가 하더니 건너편으로 날아가는 거였다. 그래서 출발하려고 가속기를 밟으려는데 … 아 그만 올렸던 발을 내려야 했다. 꼬마들이, 새끼들이, 꺼병이들이 줄이어 나오는 게 아닌가.
한 마리, 두 마리, 세 마리…. 모두 여덟 마리였다. 어릴 때 예쁘지 않은 동물이 있으랴마는 마치 갓 태어나 첫걸음마를 떼는 병아리들처럼 한 줄로 늘어서서 나란히 걸어가는 꺼병이(꿩의 새끼)들의 모습이 그렇게 귀여울 수 없었다. 그러다 문득 드는 생각이 있어, 건너편을 보니 어미까투리가 이쪽을 보고 있는 게 아닌가.
어미는 새끼들을 데리고 차가 오지 않을 때를 골라 도로를 건너가려 했을 것이다. 그런데 마침 내 차가 왔고. 그냥 지나쳐가기를 바랐는데 섰고. 어미의 뒤에는 새끼들이 딸려 있었고. 도로를 건널까 말까 판단하기 어려웠을 때 클랙슨이 울렸고. 어쩔 수 없이 날아야 했지만 새끼들이 걱정돼 바로 도로 건너편에서 마음 졸이며 이쪽을 바라보았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