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콘치 "'웜홀' 내 작품 아니야!"... 안양시 국제적 망신

"내 이름 작품에서 삭제해 달라" 안양시에 공식 이의 제기

등록 2007.07.09 20:10수정 2007.07.09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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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문제 제기에 휩싸인 안양예술공원 설치 조형물
작가의 문제 제기에 휩싸인 안양예술공원 설치 조형물최병렬
경기도 안양시 안양예술공원에 설치된 APAP 2005 사업의 최종 설치 작품으로 지난 6월 29일 준공식을 가진 20세기 실험미술과 공공예술의 거장인 미국인 '비토 아콘치'가 설계한 작품에 대해 작가 자신이 안양시에 공식 이의를 제기하고 나서 논란에 휩싸였다.

신중대 안양시장은 9일 오후 안양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비토 아콘치 측으로부터 4일 이메일을 통해 안양예술공원 내 설치된 '웜홀(Worm Hole)-원제 선으로 된 나무 위의 집((Linear Building up in the trees)' 작품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해왔다고 밝혔다.


신 시장에 따르면 비토 아콘치 측은 작가계약서에 따라 실시 설계와 시공은 아콘치 스튜디오의 승인을 받아야 함에도 이를 이행치 않았으며, 작품 명칭을 작가의 양해 없이 '웜홀(Worm Hole)'이라고 임의사용해 본인의 이름을 삭제해 줄 것을 요청해 왔다는 것이다.

신 시장은 "우리 시에서는 비토 아콘치의 작품 설치는 예술감독 등 관계자 3명이 미국을 방문하여 기본설계에 대한 협의절차를 이행한 후 실시설계 용역회사인 비욘드 스페이스 건축(대표 이관직)으로부터 2006년 1월 25일 설계도면을 납품받아 시공했다"고 밝혔다.

이어 신 시장은 향후 계획으로 "비토 아콘치 측의 요청에 따라 조속한 시일 내에 작가의 안양방문을 추진하여 작품제작 과정과 시공내용을 자세히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한편 작품 시공이 작가의 의도대로 되지 않은 부분에 있다면 수정 보완하겠다"고 설명했다.

특히 신 시장은 "비토 아콘치 작품은 2005년 6월 13일 비토아콘치와 계약 당시 사업비용은 미화 40만불(한화 4억원)을 초과하지 않는 것으로 하였으나 수시로 설계 변경을 요구해 오면서 사업비가 21억2천만원으로 증액돼 2005년 당해년도 사업이 불가능했다"고 밝혔다.

신 시장은 이어 "기본설계 제출시한은 당초 2005년 7월 23일이나 계속적인 변경과 제출이 지연되어 2005년 12월 APAP 2005 예술감독 등 3명이 미국 뉴욕의 아콘치 스튜디오를 방문해 협의를 하고 2006년 1월 25일 최종 실시설계를 납품받아 시공이 이루어졌다"고 해명했다.


기자회견을 통해 해명에 나선 신중대 안양시장
기자회견을 통해 해명에 나선 신중대 안양시장최병렬
하지만 비토 아콘치, 실시설계와 감리를 맡은 이공건축, 안양시 실무자 간에 의사소통이 제대로 안 이루어진 것을 뒤늦게 확인했다는 신증대 시장의 발언처럼, 비토 아콘치 측의 설계가 시공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돼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신 시장은 "실시설계 과정에서 의사소통에 문제가 생기지 않았나 생각한다"면서 "실무적 주문사항이 있었는데 몇 가지 반영이 안 된 경우가 있었다"고 시인했다.


그러나 신 시장은 "다만 실시설계 완료 후 예산을 반영하고 난 이후 5개월 만에 추가 변경을 요청한 점은 이해가 안 간다"고 해명했다.

신 시장이 해명한 부분에 의하면 작가는 출구의 높이가 달라진 점, 출입구의 설계된 의자를 설치하지 않았으며, 주차장 투명유리관에 담쟁이가 우거지지 않고 외벽면의 유리섬유관이 곡선으로 애초 설계안대로 휘지 않은 점 등을 구체적으로 조목조목 지적했다.

또 작가는 주차장 출구 쪽의 무대를 연결하는 튜브에 환기와 장식을 위한 삼각형 모양의 구멍을 뚫어 달라고 했으나 규모가 너무 커서 실무선에서 이를 반영하지 못했으며, 신 시장은 이에 대해 "이는 시장의 특별지시이기도 했다"고 해명했다.

특히 작가는 작품 제목을 '선으로 된 나무 위의 집(Linear Building up in the trees)'으로 정했으나 작가와 충분한 협의도 없이 이를 약칭으로 '웜홀(Worm Hole)'로 임의 결정하고 시장 또한 이를 뒤늦게 알았다고 밝히는 등 여러 면에서 문제를 노출키고 있다.

신 시장은 "시공 과정에서 일부 설계 변경은 안전과 기술상의 문제 등으로 불가피했다"면서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으나 작가와 충분히 협의가 이뤄지지 않은 부분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비토 아콘치를 초대해 수정 요청을 해오면 반영토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신 시장은 '소송 제기를 해올 경우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냐', '법정 소송에 위반될 수 있다고 보지 않는냐'는 질문에 "그런 경우는 없을 것으로 본다"고 답했다. 또 비용의 추가 지출에 대해서는 "작가가 한국을 방문 수정 요청을 해오면 그때 가서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신 시장은 작가 측이 보내온 이메일 원문 공개 요청에 대해 "이해관계로 어렵다"고 했으며, "불협화음이 있었음을 몰랐다. 다행인 것은 준공식 후 시장의 생각으로 감사서한문을 보낸 것이다. 서한문이 아니면 속이려고 오해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결국 비토 아콘치 측이 문제를 제기하고 나선 이번 사태는 설계자와 실시설계, 안양시와의 불협화음과 소통되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인 것으로 드러나며 작가의 작품 의도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함으로 안양예술공원 이미지에 적지않은 치명타를 던진 꼴이다.

논란에 휩싸인 안양예술공원 설치 조형물
논란에 휩싸인 안양예술공원 설치 조형물최병렬
설계자 '비토 아콘치'는 1940년 1월 24일 뉴욕 브롱크스 태생으로 60∼70년대 퍼포먼스와 비디오 작업으로 시작했으며, 1988년 '아콘치 스튜디오'를 오픈하고 공공 공간을 디자인에 대한 실험에 몰두해오고 있다. 지난 2004년에는 뉴욕 건축상을 받은 바 있다.

한편 비토 아콘치가 문제를 제기한 작품은 안양예술공원 끝 서울대 수목원입구에 설치된 내부가 훤히 보이는 강관(유리섬유로드)이 모자이크 형식으로 감싸고, 차량 47대 수용규모에 길이 163m의 원통형 튜브와 이와 연결된 야외무대 등의 구조물로 이뤄져 있다.

안양시는 지난 6월 29일 신중대 안양시장을 비롯해 이종걸 국회의원, 권용호 시의장과 시·도의원, 각계 인사와 시민 등 6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준공식을 가진 바 있다.

시는 이날 경과보고에서 "'윔홀'은 2006년 10월 13일 착공된 후 13개월 공사 끝에 완공된 국내 최초의 '비토 아콘치' 작품이다. 공사 중 국내외 건축가 및 디자인 전문가들이 방문하는 등 관심이 높았다"며 "방문객들이 신비한 체험을 하게될 것이다"고 설명했다.

덧붙이는 글 | 최병렬 기자는 안양지역시민연대 대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최병렬 기자는 안양지역시민연대 대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안양 #안양예술공원 #비토 아콘치 #공공디자인 #공공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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