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전원 사표를 제출한 <시사저널> 기자들이 그동안 몸담았던 편집국 현판 앞에 헌화를 하고 있다.오마이뉴스 남소연
하지만 시사기자단에 기우 삼아 몇 가지 당부의 말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시사기자단은 독립 언론 18년의 자랑스런 <시사저널>을 잃어버리고 새로운 독립언론을 창간하는 그들의 미래만을 생각해서는 안 된다.
시사기자단의 의로운 투쟁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참여한 것은 <시사저널>의 자유만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닐 것이다. 시사기자단의 성공은 날이 갈수록 자본의 압력 아래 허망하게 무너져가는 언론 현실을 염려하는 이들에게 밝은 전망을 줄 것이다. 구 경인방송 노동조합원이자, 현 OBS 경인TV 희망조합원들의 3년여에 걸친 투쟁이 성공으로 끝났을 때 우리가 희망을 보았던 것처럼 말이다.
시사기자단은 그들이 창간할 매체가 과연 왜 존재해야 하는지 자문해보아야 한다. 언론 자유를 지키기 위해 1년여 투쟁해온 그들에게 우문이라 여길지 모르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다. 자본이 끊임없이 유혹할 뿐만 아니라 독자 역시 흥미라는 쉬운 길을 선택할 것을 요구할지 모른다.
무엇보다 현실의 벽에 지칠 자신을 경계해야 한다. <시사저널>에서 사장·사주와 대립했다면, 앞으로는 그보다 더 무서운 자본과 직접 맞닥뜨려야 할지 모른다. 지난 1년간의 투쟁과 독립언론 창간의 이유를 끊임없이 되새기며 대비해야 할 것이다.
시사기자단은 '누구를 위해 무엇을 쓸 것인가' 끊임없이 자문해야 한다. 지난 1년간 시사기자단은 분명히 성숙해진 자신을 발견하고 있을 것이다. 앞으로도 시사기자단이 더 성숙해질 필요가 있음에 공감해주기를 바란다.
20년 전 놓친 '창간 주주'의 기회, 이번엔 잡아야지
또 시사기자단은 전체 언론의 민주화를 위해 기여해야 할 빚을 지고 있다.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 시사기자단과 함께할 사람들에게 진정한 독립언론을 돌려주는 것은 시사기자단의 의무일 것이다.
아울러 더 이상의 다른 희생이 나오지 않도록 언론 민주화를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시사저널>에서와 같은 불행한 사태를 막고자 언론개혁 진영이 노력하고 있을 때 시사기자단은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 새겨 보아야 할 것이다.
우연의 일치인지 모르지만 시사기자단이 출범한 장소는 희망조합원들이 희망을 잃지 않고 그들의 꿈을 실현시킨 바로 그 장소다. 비록 짧은 기간이겠지만 희망조합원들의 꿈과 희망이 깃들어 있는 그 곳에서 새로운 독립언론의 기반을 닦기를 기대해본다.
고백하자면, 1987년 6월항쟁 시기에 나는 항쟁 현장에 없었다. 뒤늦게 군입대를 하는 바람에 그 역사적인 순간을 놓치고 말았다. 6월항쟁의 산물이기도 한 <한겨레신문>의 창간 당시에도 어영부영하다 창간 주주가 될 기회를 놓쳤다.
시사기자단이 새 길을 가는 이 역사적 기회를 나는 다시 놓치고 싶지 않다. 시사기자단이 창간하는 새 매체에는 주주와 창간 독자로 참여할 생각이다.
덧붙이는 글 | 김서중 기자는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이며 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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