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만으로 박수칠 국민 없다"

'미래창조연대' 창당 발기인대회... "새 술은 새 부대에"

등록 2007.07.08 21:00수정 2007.07.09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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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이 아닌 사람들도 많아요!" "아, 그렇습니까?"

8일 오후 시민사회진영의 '미래창조연대' 창당 발기인대회가 열린 여의도 63빌딩 국제회의장. 사회자가 시민사회단체, 종교계, 학계, 전문가, 정치권 인사 등 참석자를 소개하다가 제지를 받았다.

정대철 전 고문, 김부겸·문병호·이인영·우원식 의원 등 열린우리당 탈당파를 모두 현재 열린우리당 소속으로 소개한 것. '미래창조연대' 관계자들이 이들 의원들을 돌아보며 "아직 열린우리당이냐"고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한명숙 전 총리(오른쪽부터), 김호진 미래창조연대공동대표, 정동영, 신기남 전 열린우리당 의장, 김두관 전 행정자치부장관이 8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미래창조연대 창당발기인대회에 나란히 앉아 있다.
한명숙 전 총리(오른쪽부터), 김호진 미래창조연대공동대표, 정동영, 신기남 전 열린우리당 의장, 김두관 전 행정자치부장관이 8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미래창조연대 창당발기인대회에 나란히 앉아 있다.연합뉴스 진성철

김근태 "여의도만의 통합은 반쪽짜리 가능성 많다 "
미래창조연대 "통합만으로 박수칠 국민은 없다"


이날 행사장에는 이들 외에도 열린우리당 소속 의원과 탈당파 의원 30여명이 참석했다. 특히 김두관·천정배·신기남·정동영·한명숙·이해찬 등 범여권 대선주자들도 대거 참석, 앞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다.

초청인사를 위한 1부 행사가 끝나고, 창당준비위원회 의장 선출 등 본행사가 시작되자 이들 정치권 인사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집단적으로 행사장을 빠져나왔다. 아직은 '남의 잔치'에 계속 앉아있기가 거북했던 셈이다.

창당 발기인을 비롯해 박형규 목사, 박종철 열사의 부친 박정기씨 등 사회 각계 인사 2000여명이 참여한 행사에서 이들의 존재는 아직 '이방인'이었다. 그러나 김근태 의원을 필두로 추진되고 있는 기존 정치권의 대통합 논의에서 시민사회세력은 가장 중요한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김근태 의원이 이날 축사에서 "여의도(정치권)만의 통합은 반쪽짜리 통합에 머물 가능성이 아주 많다"고 우려한 것도 이 때문이다. 앞서 김 의원은 "국민들은 분열하지 말고 한나라당과 '일 대 일'로 싸울 수 있는 '반한나라 대통합신당'을 만들라고 명령하고 있다"며 "그러나 원칙있는 미래로 가기 위해서는 여러분이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또 "넓은 마당을 만들어야 한다. 폭넓은 국민경선을 통해 단일 후보를 만드는데 함께 노력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반면 시민사회세력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범여권의 통합 논의가 달갑지 않다. 특히 열린우리당과의 '당 대 당' 통합에 대해서는 '알레르기' 반응까지 보이고 있다. 지난 6일 최열 공동대표 등이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 마음이 떠난 열린우리당과 합치면 들러리, 2중대로 밖에 보이지 않을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명확히 하기도 했다.


이날 창당 발기인대회 곳곳에서도 이러한 '벽'은 여전히 감지됐다. 최열 공동대표는 개회사에서 "현 정치권은 새로운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며 "한쪽은 수구의 깃발을 다시 들고 역사의 시계바늘을 거꾸로 돌리고 있고, 다른 한쪽에서는 세 싸움으로 사분오열 돼 민주화의 공든 탑을 무너뜨리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열 대표는 특히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하듯이 새로운 도약의 주체는 기존 정치권이 아니라 새로운 정치주체"라고 강조했다.

창당준비위원회 결성선언문에서는 "대통령 선거 때만 되면 '헤쳐모여'식으로 정당 간판을 바꿔다는 정략적 행태는 종식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창당준비위원장에 선출된 오충일 목사도 수락연설문에서 "비전과 정책도 없이 모든 후보들을 모아놓고 국민경선을 하면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겠냐"며 "새로운 가치와 정책에 입각한 통합만이 국민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고 말해, 현재 범여권 통합 논의를 비판했다.

오충일 목사는 "통합만으로 박수칠 국민은 아무도 없다"며 "자기중심의 통합이 아닌, 용광로에서 과거를 다 없애고 다시 태어나는 정치인과 새로운 정당이 통합에 나설 때 국민적 지지는 쏟아져 나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행사장을 나서는 김근태 의원에게 기자가 최열 대표의 기자회견 내용에 대한 입장을 물었지만, 김 의원은 굳은 표정으로 "그것은 매우 복잡한 문제"라며 더 이상의 언급을 피했다. 친노 진영의 좌장격인 이해찬 전 총리측 유기홍 의원도 "당의 해체를 최종 결정하는 문제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특히 '미래창조연대'는 정당이나 세력과의 통합이 아닌 개별적 합류를 주장하고 있다. 범여권의 대통합신당 논의가 앞으로도 순탄치만은 않을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8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미래창조연대 창당발기인대회에서 창당준비위원장으로 추대된 오충일 목사가 수락연설을 하고 있다.
8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미래창조연대 창당발기인대회에서 창당준비위원장으로 추대된 오충일 목사가 수락연설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진성철

"정치공학적 대통합 아니라 새통합 추진

한편 시민사회세력의 정치세력화를 추진해 온 '미래창조연대'는 이날 발기인대회 및 창당준비위원회(창준위) 발족 행사를 갖고, 대안 정당 창당의 첫 걸음을 내딛었다.

행사장 전면에는 "희망의 정치로 바꿉시다"는 슬로건이 적힌 대형 플래카드가 내걸렸고, 최열 공동대표의 개회사와 박형규 목사, 김근태 의원의 축사가 이어졌다. 이날 행사에 참석하지 못한 문국현 유한킴벌리 사장은 축하영상을, 손학규 전 경기지사는 축전을 보내왔다.

특히 2000여명의 참석자는 녹색 풍선과 '새정치'라고 적힌 부채를 흔들려 발기인 대회의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켰다.

'미래창조연대'는 이 자리에서 '6월 민주항쟁 2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오충일 목사를 창당준비위원장에 추대했다.

또한 김호진 고려대 명예교수, 김용준 한국형사사법학회 회장, 박홍근 전 KYC(한국청년연합회) 대표, 양길승 녹색병원 원장, 이예자 전 한국여성장애인단체연합 상임대표, 이왕재 전진코리아 운영위원, 정대화 상지대 교수, 정영훈 변호사, 최 윤 통합번영 미래구상 공동집행위원장, 황인성 전 청와대 시민사회 수석 등 27명의 중앙위원을 선출하고, 향후 정치인과 각계 인사 등 200여명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문국현 사장과 최열 공동대표는 정책자문위원으로 선임됐고, 창당 발기인에는 이들을 포함해 1396명(7일 오후 3시 집계)이 참여했다.

이들은 창당준비위 결성선언문에서 "기성 정치권이 국민들에게 실망만을 안겨주는 '낡은 정치판'을 헤어나지 못한다면, 희망과 비전의 새정치를 위해 새로운 정치세력이 나설 수밖에 없다"며 "새로운 정치라는 원칙에 따라 기존 정치권이 추진하는 정치공학적 대통합이 아니라 새통합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미래창조연대는 인물이나 지역에 호소하는 과거의 낡은 정당이 아니라 비전과 정책을 통해 심판받는 가치정당"이라며 "미래창조혁명을 통해 창조, 연대, 평화의 3대 가치를 실현, 창조국가, 복지국가, 평화국가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오충일 창당준비위원장은 "민주개혁세력을 좌파 용공주의로 몰고 민주주의를 위해 피땀 한방울 흘리지 않은 채 무임승차한 사람들이 이제 와서 지난 10년을 폄훼하며 정치 지도자가 되겠다며 막말을 하고 있다"면서 "강력한 힘으로 태풍을 몰아 수구, 반동, 반민주, 반평화세력의 성벽을 무너뜨리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또 "범민주세력은 원래 하나였기 때문에 범민주 정치권과 시민사회의 새 당이 합치면 하나인 동시에 열의 힘을 발휘할 수 있으며 새 정치, 새 정당, 새 통합으로 대선에서 승리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차기 국회 상정 ▲복지 확대와 감세 병행 반대 ▲한반도 평화체제 정착 등의 정책을 제시하기도 했다.

'미래창조연대'는 조만간 선관위 등록과 함께 시도당 창당 대회를 거쳐 7월말∼8월초 경 창당 작업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미래창조연대 #창당발기인대회 #최열 #김근태 #오충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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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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