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에 허덕이는 북한어린이들. 둘은 쌍둥이인데 여자아이가 영양실조에 걸려있다.이종민
- 동짓날 보냈다고 해서 동지제안이군요. 같은 길을 걷는 사람도 동지라고도 하잖아요. 여러 가지로 의미 있는 말이네요.
"그런 셈이죠. 동지는 우리 문화에서는 작은 설날이라고도 하며 또 거듭남, 새출발, 부활의 의미를 담고 있죠."
- 모금활동은 순조로웠나요?
"생각보다 반응이 좋았습니다. 전북지역뿐 아니라 전국 각처에서 음악편지를 받으시는 분들이 모금활동에 참여했습니다. 처음에는 후원금이 모이는 데로 한 달에 한 번씩 30만~40만원씩 한 사회단체에 기부했습니다. 그러다 '남북어린이어깨동무'라는 한 단체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곳의 활동사항과 취지 등 여러 자료들을 검토해본 결과 제가 애초에 가지고 있던 취지에 딱 맞아떨어지지 뭡니까. 그래서 2004년 12월 그동안 모았던 후원금 1000만원을 남북어린이어깨동무 측에 보냈습니다. 그 후원금은 원산에 있던 두유공장의 첫 번째 원료를 구입하는데 쓰이게 되었지요."
- 와~ 동지제안이 빛을 발한 순간이네요. 그 후의 활동은 어떻게 이루어졌나요?
"계속 음악편지를 통해 모금활동을 계속했지요. 그러다 2006년에 6·15선언 기념으로 돕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2006년 1월경까지 모은 돈이 대략 700만원 정도였거든요. 그래서 어떻게 6월까지 1000만원을 모을 수 있을까 궁리하다가 다시 편지를 썼습니다."
- 음악편지 동지들에게요?
"아뇨. 이번에는 전북대 교직원 게시판에 편지를 썼어요. 제목은 '저에게 점심 한 끼 사주시겠습니까'였습니다.
- (웃음) 점심이라구요?
"저를 만나서 점심을 사주려면 시간 맞춰야지, 약속잡아야지 번거롭거든요. 그래서 차라리 점심 사줄 그 돈을 제 통장으로 넣어달라고 말했습니다. 그 돈으로 북한 어린이를 돕겠다는 것이죠. 3000원이면 북한 어린이 두 명에게 한 달간 두유를 후원할 수 있는 금액이거든요. 그렇게 해서 당초 계획했던 대로 6월에 맞춰 1000만원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그 돈으로는 평양에 있는 두유공장 첫 원료를 구입하는 데 썼습니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두번 다, 첫 원료를 구입하는 데 썼군요."
- 반응은 괜찮았나요?
"제가 하는 일(북한기아돕기)이 이미 교내에 다 알려져 있어서 많은 분들이 선뜻 응해주셨습니다."
"누구나에게 있는 선한 마음줄기, 잘 모았을 뿐"
- 정말 대단하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습니다. 교수님의 어떠한 것이, 그런 일을 할 수 있게 했을까요?
"대단한 것은 제가 아니라 십시일반으로 후원을 해준 수많은 분들이지요. 저는 그것을 모아서 보낸 심부름꾼에 불과합니다. 사실 사람들 마음속엔 크거나 작게 이웃을 돕고자 하는 마음이 다 있거든요. 그런데 그 방법을 잘 모릅니다. 괜히 오해를 살까 노파심도 들구요. 전 그 여러 사람들의 그 선한 마음줄기를 잘 모아서 길을 터준 것뿐입니다. 매월 4일에는 한 달동안 모인 후원금과 내역을 공개하는 메일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분들의 당연한 알 권리니까요."
- 음악편지 외에도 전주문화를 알리는 데 많은 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전주는 무형문화유산 그 자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판소리, 한지, 음식, 서예, 한방 등 전통문화유산의 보고입니다. 여기에 조선왕조의 발상지이기도 하면서 후백제 37년간의 수도이기도 했던 역사적인 곳입니다. 전주의 이러한 특성을 잘 살려서 외부에 알리는 것이 저의 중요한 일이기도 합니다."
- 한옥마을에 가면 쉽게 볼 수 있는 '가장 한국적인 도시, 전주'라는 문구도 교수님께서 만드신 것이라고 하던데요?
"예전에 노무현 대통령 부부가 전주를 방문했을 때 권양숙 여사가 '한국적인 도시네요'라고 했던 말에 착안해서 지었던 것입니다. 영어문구 'Feel Korea in JeonJu'도 제가 만들었습니다. 제 전공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지요.(웃음)"
- 좀 전에 한국음악에 관심이 많다고 하셨습니다. 한국음악의 발전에 월드뮤직의 접목을 생각하신다고 말씀하셨는데요. 무슨 뜻인지요?
"제 딸아이가 국악을 하는데 전 다른 장르의 음악도 많이 들을 것을 권합니다. 제 생각엔 한국음악이 발전하려면 월드뮤직에서 활로를 찾아야 된다고 생각해요. 즉 다른 세계와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수용해야 한국음악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 봐요.
요즘 퓨전 국악들 많이 하는데 무조건 국악에 신시사이저나 서양악기를 버무린다고 퓨전국악이 되지는 않거든요. 우선 국악에 대한 철저한 이해를 바탕으로 그 고유 특성을 살리면서 혼합해야 진정한 퓨전이 되지요. 김수철이나 김영동 같은 뮤지션들이 우리 음악의 나아갈 길을 잘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해요."
- 무척 바쁘실 텐데요. 강의 준비까지 하시려면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하겠어요.
"사실 그 어떤 일보다 강의 준비가 제일 우선입니다. 당연하지요. 본업이니까요. 학생들 가르치고 학생들과 소통하는 것이 가장 즐겁고 보람 있습니다."
- 동지 모금은 지금도 유효하죠?
"물론입니다. 언제든지 제 홈페이지에 들어오셔서 음악 메일을 신청하시면 됩니다. 그렇다고 강요는 아닙니다. 그저 음악만 감상하고 싶은 분도 오셔서 신청하실 수 있으니까요."
| | <음악, 화살처럼 꽂히다> | | | | 이종민 교수가 2000년 6월부터 보내기 시작한 음악편지 중 32편을 골라서 모은 것. '테오도라키스에서 김영동까지'라는 부제가 말해주듯 다양한 장르의 음악과 함께 이 교수가 바라보는 세상살이, 사는 이야기가 실려있다.
마치 오래전부터 잘 알고 지내던 단짝 친구가 보내준 편지와 같이 친밀한 마음이 절로 우러난다. 더불어 이 교수가 들려주는 음악이야기도 즐겁다.
국악, 클래식, 가요, 뉴에이지, 가곡, 팝송, 영화음악 등 실로 다양한 음악이야기는 책 읽는 즐거움을 한껏 높여준다. 음악을 좋아하는 이에게도 꼭 한번 추천해주고 싶은 책. 현재 이 교수는 두 번째 음악편지 모음집을 준비 중이다. 이번에는 과연 어떤 음악과 어떠한 사연들로 독자들 곁에서 나직나직 읊조릴지 자못 기대된다.
지은이 이종민/서해문집/9500원 / 안소민 | | | | |
덧붙이는 글 | 1. 이종민 교수의 음악편지는 음악저작권법과 관련하여 음악메일에 더 이상 음악을 첨부할 수 없게 되었다. 그 대신 이 교수의 홈페이지에 접속하여 클릭하면 음악을 들을 수 있다.
☞ 이종민 교수 홈페이지 바로가기
2. 이 교수의 동지제안에 뜻을 함께하고 싶은 분은 언제든지 동참할 수 있다. 1구좌당 매월 3000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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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아픈 것은 삶이 우리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도스또엡스키(1821-18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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