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사무실을 견학한 노리코씨김혜원
한국에 대한 호기심이 많은 노리코씨. 그녀에게 한국에 와서 가장 해보고 싶은 일이 무엇이냐고 물으니 찜질방에 가보는 거란다.
"찌므지르반(찜질방) 가고 시퍼요. 마사지? 목욕? 이렇게 하는 거 뭐에요? 그거 하고 싶어요."
한손으로 다른 팔뚝을 문지르는 시늉을 하면서 그렇게 해보고 싶다는 그녀. 목욕탕에서 때를 밀고 싶다는 뜻이다. 우리는 거의 포복절도하듯 웃고 말았다. 목욕 문화가 한국보다 발달했다는 일본에 사는 일본 아줌마가 한국에 와서 가장 해보고 싶은 경험이 찜질방에서 땀 흘리고 목욕탕에서 때 미는 것이라니….
사실 그녀와 나는 잠깐 동안 주최 측 몰래 포럼 시간을 빼먹고 찜질방에 다녀올 작전을 짜기도 했다. 수업 시간에 도망 나와 PC방이나 영화관에서 놀자는 전략을 짜는 학생들 마음이 그랬을까? 은밀히 작전을 짜는 것만으로도 우린 무척 즐거웠다.
하지만 공식 일정을 빼먹고 찜질방에 가는 계획은 무산되고 말았다. 그녀나 나나 그럴 만한 용기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포럼 마지막 날 아침 노리코씨는 또 한 번 나를 놀래 주었다. 찜질방 계획이 무산되어 아쉽지만 언제든 한국에 다시 오면 그땐 꼭 함께 찜질방 체험을 하게 해주겠다고 아쉬운 마음을 전하는 나에게 그녀는 수줍게 웃으며 조그만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다녀왔어요. 어제 저녁에 혼자, 택시로 갔어요."
"엥? 정말요?"
"때 밀었어요. 아팠지만 좋았어요. <거침없이 하이킥>도 봤어요."
"우하하하. 정말 대단해요. 오바상 스고이데스요. 일본에 가면 찜질방 체험기를 기사로 쓰세요."
정말 그녀가 내게 보여준 작은 수첩에는 박혜미, 정준하, 이순재 등 <거침없이 하이킥>에 등장하는 연기자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찜질방에 있는 한국 사람들에게 연기자들의 이름을 물어서 적어 왔단다. 소극적이고 소심해 보이기까지 하는 그녀의 어느 구석에 그런 열정이 숨겨져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