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저널리스트가 보통의 '직업'으로 시작해 '전문직'으로 변화한 과정을 추적한 마이클 셔드슨의 저서.Basic Books
미국의 미디어학자인 마이클 셔드슨(Michael Schudson)은 저널리스트의 지위를 '직업(occupation)'과 '전문직(profession)'이라는 두 개념으로 설명한다. '직업'이나 '전문직'은 모두 생계의 수단이라는 점에서는 동일하지만, 직무에 전문적인 지식이나 기술, 그리고 윤리의식이 따르는 직업은 '전문직'이라는 별도의 범주로 구분한다.
셔드슨에 따르면, 미국에서 저널리스트는 '직업'으로 시작되었지만, 당파 저널리즘의 시대가 저물고 '중립성'이라는 새로운 사회적 요구가 생겨남에 따라 이에 부합하는 지식과 기술, 그리고 윤리적 정신으로 무장한 '전문직'으로 거듭나게 되었다.
결국 미국에서는 '밥벌이의 주요 수단'과 '전문적 식견'이라는 두 요건이 충족되지 않는 한 '기자'라는 이름으로 불리기 어려우며, 이들이 수행하는 활동 역시 '저널리즘'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 '저널리스트'를 둘러싼 지배적 담론인 셈이다. 단지 취미로 보도 활동을 수행하는 사람에 대한 미국내 호칭은 '블로거'다. 이들이 전문적인 식견을 갖추었다고 호칭이 달라지는 것도 아니다. 이 경우 그들의 명칭은 '전문적 블로거'가 된다.
미국사회에서 '저널리스트'를 둘러싼 이러한 담론은 미국 내에서 뿌리를 내려가는 (따라서 본격적으로 저항 받기 시작한) 시민저널리즘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 내에서 가장 주목 받는 '시민저널리즘'의 실험 가운데 하나인 <뉴스바인(Newsvine)>의 독특한 형태와 운영방식은 이러한 사회적 측면을 잘 보여준다.
<뉴스바인>의 가장 두드러진 점은 뉴스의 '생산'보다 '소비'에 집중한다는 점이다. 독자를 뉴스의 '소비자'에서 '생산자'로 바꾸어 놓은 것을 시민저널리즘의 가장 중요한 성과로 본다면, <뉴스바인>의 이런 측면은 분명히 독특하다.
생산보다 소비의 영역에 참여하는 <뉴스바인>
<뉴스바인>의 참여자들 가운데 직접 기사를 쓰는 사람은 1~2%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지면을 채우는 뉴스는 모두 어디에서 올까. 통신사인 에이피(AP), 스포츠 채널인 이에스피엔(ESPN), 그리고 대중적 과학저널인 <뉴사이언티스트> 등에서 제공받는 뉴스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그러나 다른 매체와 달리 실시간으로 쏟아지는 통신사의 뉴스를 편집부 대신 독자들에게 맡겨 취사선택하게 한다.
독자들은 투표를 통해 뉴스를 선택·배치하고, 댓글을 달거나 같은 시간에 동일한 기사를 읽고 있는 다른 독자들과 실시간 대화를 나눈다. 이들이 <뉴스바인>을 이끌어 가는 핵심적 독자층(동시에 편집부)이다. <뉴스바인>은 기존의 매체와 경쟁하거나 더 나아가 그들을 대체할 의사나 없음을 분명히 한다. 공동설립자 가운데 한 명인 캘빈 탱(Calvin Tang)의 말을 들어보자.
"우리들이 <이에스피엔>이나 <뉴욕타임즈>, 또는 <워싱턴포스트>의 독점보도를 당해낼 재간이 있나요? 못 합니다. 그러고 싶은 생각도 없고요."
따라서 <뉴스바인>이 택한 전략은 이들이 '프로'들이 생산한 뉴스의 선택과 소비를 독자들에게 맡기는 것이었다. 이는 전문 저널리즘의 권위를 허물지 않으면서도 독자를 수동적인 소비자의 위치로 종속시키지 않게 해 준다.
이 전략의 또 다른 장점은 지역적 밀착 없이도 성공을 거둔, 미국 내에서는 보기 어려운 대안매체의 새로운 모델을 가능케 해 주었다는 점이다. 뉴스가 생명을 얻는 지점이 생산되는 순간이 아니라 독자들의 눈과 귀와 만나는 순간이라는 점을 생각 해 볼 때, 뉴스의 '선택'과 '소비'에 독자의 능동성을 개입시키는 것은 분명 의미 있는 시민저널리즘 시도로 보인다.
<뉴스바인>의 가입회원이 되면 누구나 외부의 뉴스를 <뉴스바인>으로 끌어올 수 있다. 앞에서 언급한 매체 이외에도 온라인 상에서 구할 수 있는 것이라면 그것이 신문이든, 잡지든, 블로그든 간단한 요약글과 함께 <뉴스바인>에 소개할 수 있다. <뉴스바인>은 이것을 '시딩(seeding),' 즉 '씨 뿌리기'로 부른다.
함께 읽고 토론하고 싶은 외부의 뉴스를 소개할 때, 독자들은 자신이 원하는 태그를 선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오마이뉴스> 시민기자인 론다 하우벤의 기사를 <뉴스바인>에 옮겨 오고 싶다면, "newsvine.com"이라는 기본주소 다음에 "ronda-hauben," "ohmynews," "citizen-journalism" 등 스스로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항목을 추가하면 된다.
newsvine.com/ronda-hauben
newsvine.com/ohmynews
newsvine.com/citizen-journalism
이 태그방식의 장점은 독자들이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소개항목을 고를 수 있게 해 준다는 점과, 이후 뉴스를 분류하고 검색하는 것을 용이하게 해 준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독자들이 <뉴스바인>에서 "오마이뉴스"에 대한 뉴스를 검색하고 싶다면 사이트 주소 뒤에 "ohmynews"라고 입력하기만 하면 된다.
이렇게 소개된 글은 다른 뉴스와 마찬가지로 독자들의 투표를 통해 우선순위가 결정된다. 편집의 모든 과정은 편집부의 개입 없이 자동시스템을 통해 이루어진다. 그러나 소수의 독자들이 투표를 통해 편집의 방향을 일방적으로 결정할 우려가 있으므로, 이를 방지하는 장치도 마련되어 있다. 즉 독자들의 인기 투표 이외에 '고유방문자 수,' '뉴스 신선도,' '독자가 기사를 읽을 때 할애하는 시간' 등도 동시에 고려해서 기사가 배치되도록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