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물 - "인삼: 10억불의 산업"김상민
필자의 시각이 애초에 삐딱해서인지, 아니면 필자의 한국 문화와 역사에 대한 미적 기대치가 높아서인지, 125만 달러의 지원과 3년간의 연구가 결실을 맺은 전시관이라고 하기에는 실망스러운 점이 많았다. 30평 남짓이라는 좁은 공간에 수천 년의 역사와 전통을 구겨 넣고, 거기다가 현재의 계승이라는 박물관의 역할을 넘어서는 주제까지 포괄하려는 기획의 욕심이 과해 보였다. 그러다 보니 전시의 내용물들이 일관성도 없고 품격도 느껴지지 않았다.
비록 일본이나 중국 전시관에 비해 초라하게 구성되어 있긴 하지만, 애초에 한국의 전통 유물들과 예술 작품들을 전시하기 위한 공간은 스미스소니언 내에 프리어-새클러 갤러리(Freer Gallery of Art and Arthur M. Sackler Gallery)가 있다. 따라서 자연사 박물관에 한국관을 만든 것은 프리어-새클러 갤러리에 한국관이 들어서는 것과는 다른 목적에 의한 것이라고 봐야 할 것 같다.
즉, 자연사 박물관의 한국관은 한국 예술 작품의 전시를 통해 한국의 미적, 문화적 우수성과 역사적 의미를 전달하려는 의도로 만들어지지 않았다. 재정을 지원한 국제교류재단에서 언론에 배포한 자료에 따르면, “관람객이 소장품을 감상적으로 접근하도록 하는 유물 위주 전시 방법을 채택”한 프리어 갤러리 등의 한국관과는 달리, 자연사 박물관의 전시는 “자연 환경과 생활환경 그 속에서 ‘인간 생활’이라는 문화 정체성을 모토로, 타 문화를 연구하고 이를 토대로 관람객에게 지식을 전달하는 교육 위주 전시를 지향한다”는 것이다(이게 도대체 무슨 뜻인지). 의미전달이 확실하지 않은 전시 배경의 소개지만, 대충 알아듣기로는 ‘관람객들이 (프리어 갤러리에서) 예술 작품 같은 것을 고상하게 감상하는 것보다 (자연사 박물관에서) 문화에 대한 지식을 습득하는 것이 한국을 아는데 더 도움이 될 것이다’라는 뜻으로 들린다.
하지만, 그 좋은 의도가 '자연사' 박물관이라는 공간에 배치되었을 때에도 여전히 통할까? 필자는 차근히 전시물들을 보고 전시라벨들을 읽어보기 위해서 전시관이 일반에게 공개되는 첫날인 다음날 다시 자연사 박물관을 방문하였다.
한국관의 전시는 '한국의 아름다운 자연', '한국의 전통 도예', '조상 숭배', '한국의 전통 혼례', '한글은 한국문화의 자랑', '국경을 넘은 저편의 한국', '한국의 현대 미술'과 같이 총 7개의 테마로 이루어져 있다. 80여개의 전시물 중 오래된 동식물의 화석이나 사바나의 동물들, 그리고 원시시대 인간의 생활과 같은 자연사 박물관의 주요 테마와 어울릴만한 전시물은 없다.
우리 민족 고유의 문화(문자와 복식, 종교적 의식, 사회적 관습)나 예술적 가치를 지닌 기술들 그리고 현대 예술 작품들과 같은 분야는 이 자연사 박물관에 어울리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 이런 곳에 전시된다는 사실 자체가 우리의 우수한 문화를 '자연'의 수준에 둠으로써 스스로 웃음거리가 되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