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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장 기증한 조호진 기자를 생각하며.....

등록 2007.06.23 15:45수정 2007.06.24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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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일상 속에서 앞만 보고 달려가고 있던 나에게 쪽지 한 통이 날아왔다. 새벽기도 할 때마다 노트에 기록된 이름을 불렀던 조호진 기자의 연락이었다. 그의 쪽지를 읽으면서 아차 싶었다. 가끔 전화를 통해 안부를 물었고 내가 시민기자지만 전화 속에서는 '목사님'이라는 호칭을 불러주며 배려해 주었던 조 기자였다.


목사님
주 안에서 평안하실 줄 믿습니다.
저는 지난 5월 말경 <오마이뉴스>를 정리한 뒤 수술을 받고 요양 중입니다. 오늘 새벽 4시 반에 통증 때문에 깨어 기도한 뒤 글 정리를 하다가 목사님 생각이 나서 소식을 드립니다.

그간의 형편을 말씀드리면 지난 5월 31일 신장 기증 수술을 받고 지금은 집에서 요양 중입니다. 받은 바 은혜가 커서 그렇게 한 것입니다. 신장 기증 수술에 대한 제 심정은 오마이뉴스에 썼으니 참고하시면 될 듯 싶습니다. 따뜻한 마음과 말씀과 배려에 늘 감사드리며 주 안에서 평강하기를 바랍니다.


그가 <오마이뉴스>를 뒤로 하고 젊은 청년에게 신장을 기증했다는 소식을 이제야 들은 것이다. 처음엔 조 기자가 신장을 기증받고 요양 중인 줄 알았다. 서너 달 동안 연락도 못했고 기사도 읽지 못했던 미안함이 스쳐간다. 그래서 병문안을 갈 요량으로 급하게 전화 버튼을 눌렀다.

"조 기자님! 나관호 기자입니다."
"목사님! 안녕하세요."
"신장이 언제부터 아프셨어요?"
"그게 아니고... 실은 제가 신장을 기증했어요?"
"네! 대단하시네요."
"작은 은혜를 갚고 싶어서요."

집으로 찾아가도 되느냐는 말에 그는 외국인 노동자 사역을 하는 김해성 목사님을 만나러 가는 길이라고 했다. 그곳에서 제3의 인생을 살게 될 것같다는 말을 남겼다. 며칠 후 만날 것을 약속하고 전화를 끊었다. 실은 통화를 하는 동안 <오마이뉴스>에 실린 조 기자의 기사를 읽으면서 통화를 했는데 마음이 찡하고 눈시울이 적셔져 빨리 끊어야 했다. 그의 아픔과 지난 시간의 방황과 고통을 알지 못했었다. 그가 그렇게 자신의 일부를 다른 사람에게 떼어 주어야만 하는 결단을 하게 된 마음을 이해하게 되었다.


그가 그런 결단을 내리고 희생의 삶을 살도록 영향을 김정명 목사님을 나 또한 존경하는 분이다. 김 목사님도 신장을 남에게 기증했던 분이고 작은 예수처럼 살려는 분이었기에 더더욱 조 기자의 결단과 희생에 감동이 왔다. 인생의 스승, 신앙의 멘토를 조 기자가 닮아가려는 모양이다.

내가 아픈 사람만 보면 거의 반사적으로 긍휼하게 반응하는 것은 나 또한 고등학교 3학년 때 폐결핵으로 죽음 앞에 서 보았기 때문이다. 6개월 산다는 의사의 말에 아연실색해 하나님 앞에 간절히 기도했던 적이 있었다.


그와의 전화를 끊고 요즘 새로운 책을 쓰기 위해 기획 중인 것이 있었는데 조 기자의 이야기도 넣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신장 기증을 서원한 7년 전의 약속을 지킨 그에게 삶의 응원가를 부르며 박수를 보낸다. 누구나 희생의 삶을 살겠다고 결심은 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을 실행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조 기자가 그런 결심을 실행에 옮길 수 있었던 것은 아마도 자신 스스로가 아픔과 고통의 구렁에서 신음하며 살아본 경험 때문일 것이다.

과부 사정은 과부가 안다는 의미를 지닌 '체휼'이라는 단어가 스쳐간다. 새벽녘 통증 때문에 깨어나 기도한 뒤 글 정리를 하다가 내 생각이 나서 연락 했다는 그의 말이 심부 깊은 곳에서 맴돈다. 아니 메아리치며 무엇인가 나에게 도전의 메시지를 던져 준다.

조 기자의 인생 후반전을 멋진 골로 장식했던 <오마이뉴스>를 사직하고 외국인 노동자들을 돕는 선교단체이자 인권단체에서 또 다른 삶을 살기도 결정한 그에게 박수를 보낸다. 수 개월 전 어렴풋이 노동자들을 위한 삶을 살 것 같고, 사회 복지에 관심이 높아졌다는 그의 말이 다시 메아리치듯이 들려온다.

마흔 여덟. 적지 않은 나이지만 이등병의 심정으로, 때론 야구에서 주자 만루에서 맞은 대타의 심정으로 외국인노동자의 고단함과 억울함을 이해하고 그들의 친구가 되어 아픔과 기쁨을 나누고 새로운 골을 넣는 인생 후반전의 조커가 되기를 기대한다.

덧붙이는 글 | 나관호 기자는 크리스천커뮤니케이션연구소 소장이며 북칼럼니스트입니다. 또한 <나관호의 삶의 응원가>(www.bigfighting.co.kr)라는 타이틀로 메일링을 통해 글을 보내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나관호 기자는 크리스천커뮤니케이션연구소 소장이며 북칼럼니스트입니다. 또한 <나관호의 삶의 응원가>(www.bigfighting.co.kr)라는 타이틀로 메일링을 통해 글을 보내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 #신장 기증 #조호진 #외국인 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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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제이 발행인, 칼럼니스트다. 치매어머니 모신 경험으로 치매가족을 위로하고 있다. 크리스천커뮤니케이션연구소 소장이다. 기윤실 선정 '한국 200대 강사'로 '생각과 말의 힘'에 대해 가르치는 '자기계발 동기부여' 강사, 역사신학 및 대중문화 연구교수이며 심리치료 상담으로 사람들을 돕고 있는 교수목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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