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땅에서 만난 꽃들은 남한 땅에 피어난 꽃들과 다르지 않았다. 분단의 세월 동안 사람들은 달라졌을지언정 그들은 하나였다. 분단의 세월은 그들에게 없었다. 그저 자기의 자리에서 자기를 피워내며 살아왔을 뿐이다. 그것이 이렇게 소중한 것이구나, 자기의 자리에서 자기를 피워내는 일이 그렇게 중요한 것이구나 생각하니 자기에게 주어진 삶에 충실하지도 못하면서 늘 남의 허물을 들추는 데만 열중하는 우리네 삶이 씁쓸해진다.
자기의 삶에 충실한 사람은 남의 허물을 들춰내 가타부타할 시간이 없다. 자기의 삶 충실하게 살기에도 부족한 삶인데, 그리고 자기를 돌아보면 남의 허물만큼 적은 허물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도 아닌데 '저 사람이 저만큼 나쁘니까, 내가 더 선량입네'하는 것은 우스운 일이다.
들꽃은 분단의 세월 동안에도 하나였다.
당연히 그럴 것이라 생각했지만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던 이번 여행길은 참으로 행복했다. 머지않아 마음만 먹으면 배낭 메고 금강산이며, 해금강이며 몇 날 며칠 머무르며 그 곳의 신새벽을 맞이할 수 있는 날이 오길 소망한다.
덧붙이는 글 | 북한에서 만난 우리꽃 마지막회입니다. 6월 초, 그 곳에서 만났지만 사진으로 담지 못해 소개해 드리지 못한 꽃들의 이름은 노랑제비꽃, 금마타리, 금강애기봄맞이, 처녀치마, 금강국수나무 , 돌양지꽃, 찔레꽃, 붓꽃, 현삼, 떼죽나무 등이었습니다. 평화통일이 되어 북녘땅에 피어난 꽃들도 마음껏 담을 수 있는 날이 속히 왔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