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산내 골령골에서 유해매장지로 추정되는 곳에서 피학살자의 유해로 보이는 드러난 두개골.오마이뉴스 심규상
올해로 '대전산내 골령골 사건' 희생자에 대한 위령제가 8번째를 맞고 있지만 사건 희생자와 유가족들은 대전시장과 대전시로부터 여전히 외면받고 있다.
박성효 대전시장은 최근 내달 1일 동구 낭월동 암매장지 현장에서 열릴 예정인 '산내 골령골 희생자 위령제'와 관련 대전민간인희생자대책회의에 보낸 회신 공문을 통해 "진상규명 사업이 완료되지 않았고 사건의 성격이 규명되지 않았다"며 "따라서 행사 참석과 지원이 불가하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대전민간인희생자대책회의는 박성효 대전시장에게 위령제 비용의 일부 지원 및 희생자를 위한 추도사 등을 요청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대전민간인희생자대책회의(회장 김종현)는 22일 입장문을 통해 "대전시장의 천박한 역사의식을 드러내는 것"이며 "과거사 청산의 노력을 회피하기 위한 핑계 또는 변명"이라고 비난했다.
대전시 "사건 성격 규명되지 않아서..."?
실제 대전 산내 골령골 학살사건은 공개된 미국립문서 등 각종 자료와 증언들에 의해 한국전쟁 발발직후인 1950년 7월 초부터 중순경까지 당시 대전형무소에 수감 중이던 정치범과 인근 민간인 등 수 천여명이 군경에 의해 희생당한 것으로 실증되고 있다.
희생자들이 처형당하는 현장 사진은 물론 처형 직후 암매장지 모습이 담긴 사진과 당시 학살에 참여한 경찰간부의 증언, 종군 기자들의 취재기사, 형무소 관계자들의 증언, 일부 희생자 명단 등 이를 뒷받침할 근거도 다른 유사 사건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다.
총살 명령이 누구의 지시에 의해 내려졌는지와 전체적인 희생자 수와 명단 등만 나오지 않았을 뿐 학살의 주체, 희생자 범위 등 사건의 성격은 이미 밝혀진 지 오래다. 새삼 사건의 성격에 대해 말하자면 '군경에 의해 예비검속원 및 보도연맹원, 형무소 재소자' 들이 학살된 사건이다.
대전민간인희생자대책회의 김종현 회장은 "산내 골령골에서 희생된 유가족들이 피눈물을 흘리고 있는 것 자체가 이 사건의 진상이고 사건의 성격"이라며 "이미 모두 밝혀진 사건의 성격을 마치 논란의 대상인 것처럼 왜곡한 대전시장의 처사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