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댁’으로 불리는 아내가 밭 매는 모습정판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 그는 다만 /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는 시구(詩句)처럼 사람들은 각각 이름으로 불리지 않으면 그 존재 의미가 없다. 이름으로 불릴 때 그의 빛깔과 향기에 맞는 존재 가치를 지니게 된다.
우리 마을 어른들은 본명으로 불리지 않고 다른 이름으로 불린다. 여인네들은 다른 시골처럼 출신지를 딴 택호로 불리는데, '산음댁', '구어댁', '원당댁', '한국댁', '수국댁', '의성댁', '성산댁', '토산댁', '내선댁', '기정댁', '양산댁' 등이 바로 그것이다.
그런데 출신지역이 이곳에 가까운 지역일 경우에는 그 택호를 사용하지 못할 경우가 있다. 즉 같은 마을에서 먼저 온 선배가 쓰고 있으면 다른 이름으로 불린다. 그 예로 우리 땅의 옛주인인 '산음댁'이라 불리는 할머니는 석읍 출신이었건만, 예전에 먼저 시집 온 다른 할머니께서 그 '석읍댁'을 사용하고 있는 바람에 다른 택호를 사용하게 됐다고 한다.
여자들을 택호로 부르면, 남자들은 택호 뒤에다가 '어른'이나 '양반'을 붙여 부르면 된다. 예를 들어 산음댁의 남편인 할아버지는 '산음 어른'이나 '산음 양반'으로 부르면 그만. 같은 나이의 어른들끼리는 '어이, 산음이!'하고 부르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