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수진, 김정미, 강만석, 구희진, 왕중화씨(왼쪽에서부터).구은희
서태지와 아이들의 '난 알아요'에 반해서 한국 음악을 좋아하게 되고 한국어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는 브라질 학생 강만석씨는 한국 노래에 대해서 많이 알고는 있지만 잘 부르지는 못 하는 것 같았다.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들의 노래를 입력해 놓고는 강수진씨에게 불러달라고 했다. 자신의 읽기 실력에 비해 빠르게 지나가는 화면을 다 읽을 수가 없었던 강만석씨는 랩 부분에는 조사나 연결어미 등만을 읽어서 모인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기도 하였다.
그들의 한국 노래 실력은 정말 놀라웠다. '할리우드 보울'에서 개최된 한국 음악 축제에 다녀올 만큼 한국 음악을 좋아하는 줄은 알았지만, 그 정도의 실력인 줄은 정말 몰랐다.
"노래 번호도 한국어로 말해주세요"
그냥 즐기기 위해서 간 것이 아니다. 한국어만 하기로 했던 한국 식당에서의 규칙은 이곳에서도 지켜졌다. 초급 2반의 경우에는 한국어로 숫자를 10000까지 셀 수 있기 때문에, 노래방 번호도 한국어로 말하는 경우에만 입력해 주기로 하였다. 처음에는 좀 더듬더듬하더니 조금 지나니 능숙하게 한국 숫자를 말했다.
시끄러운 음악 속에서도 잘 알아들을 수 있었다. 자신이 말한 번호의 노래가 나올 때면, 자신이 제대로 숫자를 한국어로 말했구나 하는 뿌듯함을 느끼는 듯했다. 그리고 아직 숫자를 배우지 못 한 초급 1반 학생들에게 친절히 설명해 주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매 학기마다 자두의 '김밥'이라는 노래를 가르쳐주곤 했는데, 올해에는 노래방에서 가르쳐 줄 수 있었다. 대부분 '김밥'이 뭔지를 알고 있고, 그 노랫말과 뮤직비디오가 재미있어서 함께 부르기에 좋은 노래다. 특별히 리듬이 한 글자가 한 음에 붙게 되어 있어서 발음을 분명히 할 수 있어서 학생들이 쉽게 따라 부르곤 한다.
그 노랫말에 대해서 약간의 설명을 한 뒤 다같이 '김밥' 노래를 마지막으로 부르고, 아쉽지만 다음을 기약하며 노래방 현장 수업을 마쳤다.
덧붙이는 글 | 구은희 기자는 미국 실리콘밸리 지역 어드로이트 칼리지 학장이자 교수, 시인입니다. 더 많은 어드로이트 칼리지 한국어 교실 이야기는 구은희 산문집 <한국어 사세요!>에서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미국에서 한국어 및 한국 문화를 가르치는 교수입니다.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