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수업에 참여한 학생들 사진구은희
한 학기를 마치고
설레는 맘으로 시작한 봄학기가 지나고 그동안 배운 것을 실습(?)하러 한국 식당으로 향했다. '안녕히 가세요'와 '안녕히 계세요'의 차이도 모르던 학생들이 이제는 의젓하게 한국어로 한국 음식을 주문하고, '물 좀 더 주세요'라는 말로 청할 줄도 알게 되었다는 사실에 가슴이 뿌듯해 왔다.
처음에 초급 2반 학생들이 주축이 되어서 한국 식당에 가자는 이야기가 나왔고, 과외 시간에 하는 수업이라서 빠지는 학생들이 생겨났다. 그를 보충하는 의미에서 아직 조금은 부족하지만 초급 1반 학생들도 끼워주기로 한 것인데, 주객이 전도되어서 초급 1반 학생들이 더 많이 참석하게 되었다.
한국인 약혼자와 함께 참석한 미국 학생 김대영씨, 중국인 어머니를 모시고 참석한 브라질 학생 강만석씨, 아리랑 노래를 너무 좋아해서 노래방에서 세 번이나 부른 중국 학생 왕중화씨, 언제나 조용조용히 말을 하는 유대인 학생 정성운씨, 터키어와 한국어의 공통점을 찾기 좋아하는 터키 학생 김한기씨, '슈퍼주니어'를 아주 좋아하는 필리핀 학생 김정미씨, '빅뱅'의 태양에게 생일 축하 메시지를 보내고 싶다는 필리핀 학생 강수진씨, 그리고 하와이계 중국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의 혼혈인 구희진씨, 이렇게 11명이 모였다.
식당에서
영어를 배우고 있다는 식당의 한국인 종업원에게 희진씨가 먼저 말을 건넨다.
"한국말만 해 주세요."
"왜요?"
"저희는 한국어 학생이에요. 여기에 한국어 공부하러 왔어요."
여기까지는 교실에서 연습한 대로 잘 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다음부터였다. 학교에서 배운 말만 할 수 있는 우리 학생들에게 종업원이 유창한 한국어를 쏟아냈기 때문이었다. 모두들 어리둥절해 하고 있는데, 재치있게 왕중화씨가 말을 한다.
"천천히 말씀해 주세요."
그런데 그 말이 더 이상했는지 김대영씨의 약혼녀가 그 말을 '천천히 많이 드세요'로 알아듣고 어리둥절해 하며 'What did you say?(뭐라고 하셨어요?)'라고 영어로 하여 한국어만 하기로 한 규칙이 깨지고 말았다.
한 사람씩 자신이 먹고 싶은 음식을 어눌하지만 그래도 알아들을 만하게 주문하고 난생 처음 한국어로 주문한 음식을 흥분된 마음으로 기다리며 서로 한국어로 자기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초급 2반 학생들은 초급 1반 학생들보다 조금 더 배웠다고 좀 더 자세하게 자신을 소개하였고, 잘못 알아듣는 초급 1반 학생들에게 친절하게 설명까지 해 주는 모습도 보였다.
"찬물 좀 주세요."
"물 좀 더 주세요."
"반찬 좀 더 주세요."
"잘 먹었습니다."
"계산서 주세요."
"크레딧 카드도 받으세요?"
등등의 말들을 준비해 갔는데, 막상 하려니까 생각이 잘 나지 않고, 푸짐하게 알아서 가져다주신 반찬 덕분에 '반찬 좀 더 주세요'는 끝내 못 해보고 말았다. 그래도 '물 좀 더 주세요', '잘 먹었습니다', '계산서 주세요' 등의 말들은 훌륭하게 해서 종업원에게 칭찬을 받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