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민주항쟁은 한국 민주화의 출발점으로 평가되고 있다. 사진은 87년 6월항쟁의 도화선이 됐던 이한열 열사의 죽음에 항의하는 학생 시위대.이인영 홈페이지
그렇습니다. 문제는 저 처참한 학살의 5월과 찬란한 항쟁의 6월이 너무 빨리 잊혀진다는 데에 있습니다. 이른바 '운동권'들마저도 쉽게 잊어가고 있거나 '기념'하고 있지요. 5월과 6월은 '기념'해라고 있는 시절이 아닙니다. 계승하고 깨우치고, 사랑하고 투쟁해라고, 그리하여 새롭게 건설할 민중의 새 세상을 위해 있는 것이지요.
6월 항쟁 20주년이라고 이런 저런 행사나 기획이 여기저기서 참 많습니다. 토론도 하고 의의도 밝히고, 계승하자는 다짐도 하고 계승의 과제도 밝히고 있습니다. 그런데, 때로는 그런 기획들이 공허하게 느껴집니다.
왜냐하면, 행사들의 좋은 의미에도 불구하고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지금 6월 항쟁이 제대로 계승되고 있다고 말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또 그런 행사들이 6월 항쟁의 계승을 담보해주는 것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6월 항쟁은, 그 계승은 지금 위기에 직면해 있습니다. 이것이 엄연한 현실입니다. 6월 항쟁에 참여했던 이들, 기억하는 이들이 그날을 떠올리고 계승을 다짐한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닙니다. 6월 항쟁의 참다운 계승은, 적어도 그날을 잘 모르는 세대들에게 정확하게 인식되고, 깨달음이 되고, 공명이 되는 그런 계승이어야 합니다.
그래야만 그것이 미래 한국 사회의 민주주의와 시민사회 발전의 동력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미래 한국 사회의 민주주의와 시민사회 발전의 동력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기념'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지금의 20대, 10대가 앞으로의 20대, 10대가 잘 모르고, 공감하고 공명하지 못하는 6월 항쟁이라는 것은, 그 계승이라는 것은 참으로 허망한 것입니다.
더 많은 민주주의와 인권을, 더 많은 평화와 복지를, 더 빠른 통일과 해방을 가져와야 할 몫은 지금의 청년·소년·아동 세대에게 있기 때문입니다.
시민사회가 정말 발로 뛰어야 할 때입니다. 더 이상 대학, 야학, 교회, 사찰에서 각성된 시민을 배출하지 못합니다. 직접 시민들을 만나야 하고, 직접 대학사회와 소통해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개설된 <참여연대>의 '시민운동 청년연수 프로그램'은 정말 멋진 기획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좋은 강좌 프로그램과 이메일 뉴스레터로 꾸준히 시민들을 만나고, 시민교육에 성심을 다하는 <인권연대>의 경우도 배워야 합니다. 대부분의 단체들이 회원·회비가 줄어든다고 하는 근래에 인권연대의 회원과 회비는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특히, 지성의 요람이라고 하는 대학사회와 교류·협력을 대폭 강화해야 합니다. 각 대학마다 교양과목으로 '시민사회와 NGO' 등의 과목을 개설할 수 있도록 전국의 모든 대학에 제안하고 대화해야 합니다.
전국 450여 단체의 연대체인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에서 제안배경을 잘 담은 공문을 각 대학에 발송하고 각 대학 교양과목 담당자를 면담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대학 측의 노력도 분명 필요하지만, 시민사회에서 먼저 노력해 '1시민단체 1대학 자매결연 또는 협약체결'같은 형태로 인연을 만들 필요도 있겠습니다.
그 교양과목이 개설된 대학의 학생들은 그나마 그 수업을 통해서 시민사회와 시민사회운동에 대한 이해와 참여의 계기를 가지게 됩니다. 시민사회를, NGO를 공부한다는 것은 민주주의와 인권, 평화와 복지의 가치를 배운다는 것으로 그것이 바로 항쟁의 계승이고 연속입니다. 필자가 수업을 했던 국민대, 성공회대 학생들은 그 교양과목에 대한 높은 관심과 참여의 열기를 보여주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교양과목도 없는 대학이 수두룩합니다.
6월 정신 계승위해 시민단체-대학 교류ㆍ협력 강화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