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화 <6월9일 출정식Ⅰ> 캔버스에 유채 73×91cm최민화
출정식에서 구호를 외치며 손을 쭉 뻗는 모습을 그린 작품입니다. 출정식에서 이렇게 손을 뻗을 때 피가 뜨거워진다는 걸 모른다면 그릴 수 없는 그림입니다. 그리고 보는 사람이 그 뜨거운 느낌을 모른다면 화면이 왜 옅은 분홍 계열의 색인지조차 이해하기 힘든, 그런 쉽고도 어려운 그림입니다.
그림에서 연분홍색은 꽃을 그릴 때가 아니고는 거의 사용되지 않습니다. 연분홍은 가슴이 떨림을 의미하는 색인데, 그림에서 그 감정을 표현한다는 것이 쉽기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최민화 화백은 이번 전시회에서 연분홍색뿐 아니라 붉은색도 많이 사용했는데, 그것은 색의 효과를 통해 당시의 떨리는 감정, 뜨거운 감정을 나타내려는 의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작품은 1987년 6월 10일 '박종철 고문살인 은페조작규탄 범국민대회' 전날 연세대에서 열렸던 '출정식' 장면입니다.
그런데 최근 <한국일보>와 4개 대학 학보사가 공동으로 대학생 1089명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6·10 항쟁을 잘 안다'는 대학생이 7.5%, '대략 알고 있다'가 36.6%에 불과해 '6월 항쟁'의 배경을 간단히 설명합니다.
1987년 5월 18일 김승훈 신부는, 같은 해 1월 14일 당시 서울대에 재학중이던 박종철군이 물고문으로 숨진 사건에 대한 정부의 발표가 조작되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발표했습니다.
민통련 사무처장을 지내다 수감된 이부영 동아투위 위원(훗날 국회의원)이 우연히 옆방 고문 경찰들의 대화를 듣고 박종철군의 죽음에 또 다른 배후가 있음을 알고, 김승훈 신부에게 발표를 부탁한 것입니다.
이에 사회 각계각층의 민주인사 150명은 5월 27일 명동성당 맞은편에 위치한 향린교회로 모여, '박종철군 고문은폐조작규탄'과 함께, 4월 13일 전두환 당시 대통령이 발표한 '직선제 개헌논의 유보(4·13 호헌조치)'를 철폐하기 위한 대중집회를 벌이기로 결의했습니다.
그리고 첫번째 투쟁일을 노태우 당시 민정당 대표를 민정당 차기 대통령후보로 지명하려는 6월 10일로 결정했고, 학생들은 하루 전에 연세대에 모여 출정식을 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