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회 현장에는 재벌계열 대형유통업체들의 슈퍼마켓 시장 진출을 규탄하는 피켓이 등장했다.오마이뉴스 권우성
"이미 재래시장은 말도 못하게 찌그러져 있다."
29일 오후 2시부터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대형마트 및 슈퍼슈퍼마켓(SSM) 확산저지를 위한 전국 소상공인 궐기대회'에 참석한 김경동(53)씨의 말이다.
김씨는 충남 서산 동부시장에서 침구류를 팔고 있다. 대를 이은 가게로 60년이나 됐다. 4년 전 동부시장에서 1.5km 떨어진 곳에 롯데마트가 생긴 이후로 가게 매출이 1/4로 줄었다고 한다. 3남매 중 막내가 대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이라는 그는 "학자금 대출만 4번 받았다"고 덧붙였다.
현재 동부시장에서는 예전처럼 부부가 같이 가게를 운영하는 경우를 찾아보기 힘들다. 김씨는 "남자들이 노가다, 학원차량 운전 등을 해야지 먹고 살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현재 서산에는 대형 할인점 크기의 농협 하나로 마트가 공사중이고 이마트 역시 땅을 구입해 놓은 상태다. 그는 "이마트가 들어서면 상권은 죽을 것"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날 집회에는 중소 상공인 2000여명 몰려
김씨처럼 긴 한숨을 짓는 영세상인 등 중소 상공인 2000여명(경찰추산 1200명)이 모인 서울역에는 집회 시작 전부터 간간히 비가 내려 쌀쌀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하지만 이내 풍물패가 분위기를 돋우었고, 곧 소상공인들이 모인 서울역 광장은 그 어느 곳보다 뜨겁게 달아올랐다. 이 같은 열기는 서울역을 지나는 시민들의 발길을 이끌 정도였다.
집회 현장 주변에는 '삼성, 롯데에서 콩나물, 두부팔면 영세상인 다 망한다', '대형마트 확산저지' 등의 펼침막이 내걸렸다.
상인들은 '간판불은 꺼라하며, 홈플러스불은 왜 24시간 밝혀두나', '삼성, 신세계는 SSM 출점을 즉각 중단하라'등의 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서울역이 떠나갈 듯 그들의 구호는 쩌렁쩌렁 광장을 울렸다.
"IMF 때보다 더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