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지난 2005년 4월28일 저녁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브리핑룸에서 한반도 상황의 안정적 관리와 남북화해협력 유지 등 통일부가 정한 올해의 3대 역점 추진과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오마이뉴스 남소연
기자실 문제는 그동안 언론계에서도 논란이 돼 온 주요 쟁점 가운데 하나다. 폐쇄적인 운영과 엠바고의 남발 등 취재 및 기사 담합 문제, 취재원과의 유착 관계 등이 주로 문제가 돼 왔다. 과거에는 촌지의 온상이라는 오명도 있었다.
하지만 87년 민주화 이후 기자실의 이 같은 부정적인 행태들은 많이 개선된 것도 사실이다. 언론계 자체적인 자정 운동도 있었고, 언론사간 취재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기사 담합 행위 등은 자연스럽게 사라진 측면도 있다. 또 정부 차원의 혁신 조치들도 있었다. 특히 노무현 정부가 도입한 개방형 브리핑제도는 기자실의 폐쇄성을 크게 약화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런 점은 미디어 비평지인 <미디어오늘>이나 <기자협회보> 등에서 기자실 문제를 다룬 기사가 크게 준 데에서도 확인된다. 이들 미디어비평지의 주된 관심이 '언론의 당파성' 등 다른 현안으로 이동했기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기자실 문제가 과거처럼 불거지지 않은 데 따른 자연스런 관심이동의 측면이 더 크다.
하지만 여전히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경찰 기자실을 비롯해 상당수 기자실은 여전히 인터넷신문 등 신생 매체나 소규모 언론에 대해서는 배타적이다.
개방형 브리핑제 도입으로 그 문호가 크게 확대되고, 기자실도 '기사송고실'로 그 개념이 바뀌었지만 과거와 같은 폐쇄적 '기자실 문화'가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이번 정부 조치에 대해 인터넷 신문 기자들 같은 경우에는 '공정한 경쟁의 환경'이 조성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기대감을 나타내는 경우도 있다.
또 기자실이 정보 유통을 가로막거나 왜곡하는 사례들도 없지는 않다. 검찰 등 일부 기자실에서 남용되고 있는 엠바고나 기자단의 적절치 못한 '오프더레코드' 같은 게 대표적이다. 또 많이 줄었기는 하지만 출입처 제공 외유성 해외 취재 관행 같은 것도 완전히 없어지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같은 폐해는 언론계의 자체적인 자정 노력이나 개방조치들, 그리고 정부 차원에서의 적절한 관계 설정으로 풀어나갈 문제라는 지적들이 많다. 그런 점에서는 언론계 차원의 자율적인 노력이 미흡했다는 지적도 많다. 무엇보다 폐쇄적인 기자단 운영 등에 대해서는 지금부터라도 언론계의 전향적 자세가 요구된다는 지적들이다.
기자실 순기능 살리는 방안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
정부 차원에서도 기자실의 부정적인 측면 이외에도 언론의 취재 활동이나 정부 기관과의 정보 교류 차원에서 '순기능'이 없지 않은 기자실을 굳이 없애려 할 게 아니라, 그 순기능을 더욱 살리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더 바람직했다는 지적들이 나온다. 정부의 의지만 있다면 기자실을 개방하는 것이나, 그 운영을 개선하는 방안은 많다는 의견들이다.
다른 한편으로 정부가 왜 기자들에게 '기자실'이라는 공간을 굳이 내줄 이유가 있는가 하는 문제 제기도 있을 수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글로벌 스탠다드'를 내세운 명분의 배경에는 이런 문제의식이 깔려 있다고 볼 수 있다. 게다가 기자실의 '부정적인 측면'만 주목했다면 더 그럴 수 있다.
그러나 이 문제는 기자실 운영의 문제를 차치하고서라도 국민의 알권리를 대변하고 있는 언론에 대한 '취재편의시설'의 제공이란 점에서 살펴볼 수도 있다. 미국 등과 언론환경이 다른 마당에 굳이 기자실 제공 측면에서만 '글로벌 스탠다드'를 갖다 붙일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각 부처 차원에서도 사실 기자실은 언론의 협조를 구하는 '주된 창구'라는 점에서 이번 기자실이나 브리핑룸 통폐합에 부정적인 반응이 적지 않다.
과천 중앙부처의 한 언론 담당자는 "이번 조치는 청와대나 국정홍보처가 각 부처의 언론담당자들을 신뢰하지 않고, 통제를 더욱 강화하려는 의도도 있는 것 같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공무원들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일사불란한 정책 홍보를 강조하다 보니까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은 것 같다"는 말도 덧붙였다.
다음 정부가 어떤 정부가 될지 모르지만, 노무현 정부의 이같은 '정보통제'를 답습한다면 정부의 성격에 따라 민주주의 원칙이 크게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이기도 했다.
언론의 '재갈' 될 수도 있는 '브리핑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