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록에 물든 녹우당은 덕음산 아래에서 녹색의 장원을 연출한다.정윤섭
사당은 죽은 자를 위한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산 자와 죽은 자를 지속적으로 연결해주는 고리' 같다는 느낌이 든다. 고산 윤선도 고택인 녹우당 안채 옆을 따라 올라 가다 보면 덕음산을 뒤로 자리 잡은 고산 사당을 볼 수 있다. 또한 고산 사당 바로 뒤편에는 이곳에 터를 잡은 어초은 윤효정 사당이 있다. 일반적으로 사대부 집에는 안 사당이 있고 특별한 경우 집 바깥에 불천위(不遷位) 사당으로 모시지만 불천위 사당이 두 곳 있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고 할 수 있다.
녹우당은 고택 안채에 안사당이 있고 바깥에 고산 ·어초은의 불천위 사당이 있다. 이곳에서 숲길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고고한 적송 아래에 잠들어 있는 어초은 윤효정의 묘를 볼 수 있다. 그리고 녹우당 안채에서 북쪽으로 약 50m쯤 떨어진 곳에는 어초은 추원당(追遠堂)이 있다. 사당과 묘, 추원당이 좌우와 뒤편으로 보호하듯이 감싸고 있는 형국이다. 이러한 구조를 보면 조선 유교사회에서 사대부집은 삶과 죽음의 공간이 한 곳에 자리 잡고 있는 듯한 느낌을 갖게 한다.
돌아가신 조상을 모실 때 보통 4대까지는 안채의 사당에 모시고 그 다음에는 묘소로 가는데 묘소로 가는 대신 계속 모시게 되는 것을 불천위(不遷位)사당이라고 하여 집안에서는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불천위 제사란 국가에 큰 공을 세웠거나 학덕이 높아 그 신위를 영구히 사당에 모시게 할 경우 나라에서 허락하여 제사를 지내도록 하는 것이다. 보통 학덕이 높은 현조(賢祖), 국가 사회에 공이 커서 시호를 받았거나, 서원에 배향되었거나 또는 쇠락한 가문을 일으킨 중흥조 등 영세불가망(永世不可忘)의 조상을 계속하여 제향하기 위해 불천위 조상으로 모신다. 불천위 사당은 사대부 집안마다 있는 것이 아니다. 이 때문에 불천위 제사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 집안이 명문가임을 나타내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