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가 오른 것을 기리는 문 앞에 써 있는 비석 '제일산'최종명
버스를 포기하고 걸어 오르기 시작했다. 이티엔먼(一天门)이 시작이다. 무수히 많은 문을 지나야 하는데 문의 이름들이 재미있다. 띠이산(第一山)이 멋지게 쓰인 비석을 지나고 티엔지에(天阶) 문도 넘었다. 샤오타이산(小泰山)이란 자그만 사원에서 잠시 쉬기도 했다. 완시엔루(万仙楼) 앞에서 입장권을 사야 한다. 80위엔인데 바로 다음날부터 오른다고 한다.
태산 초입 부근에는 사원과 사당, 비석, 기념비 등이 있어 구경거리가 많다. 모두 다 보려면 등산을 포기하는 게 낫다. 몇 군데 들러 눈요기를 했지만 태산을 오르는 일에 신경이 쓰여 스쳐 지나는 게 많다. 싼관먀오(三官庙) 앞에 이르니 가파른 계단이 보였다. 드디어 태산의 지옥 같은 계단과 만나는구나 걱정했는데 좀 지나니 다시 완만한 길이 나온다.
찡스위(经石峪) 부근에서 좀 쉬었다. 좀 쉬어가야 할 터. 6위엔하는 컵라면 하나 끓여먹고 6위엔으로 황과(黄瓜, 오이) 두 개와 3위엔으로 물 한 병 샀다. 결국 오이는 먹지 못했는데 괜히 샀다 싶다. 계속 기념품 가게와 길거리 음식점들이 줄지어 있다.
이제 한눈 팔지 말고 산 오르는 일에만 집중해야 한다. 호흡이 거칠어진다. 라면 먹은 곳에서 물어보니 1시간 정도면 쭝티엔먼에 오를 수 있다고 한다. 3시가 조금 안된 시간이니 4시에 도착하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서서히 계단이 나온다. 정말 산을 오르면서 계단을 타는 것이야말로 지옥이다. 고생해 계단을 쌓은 사람에게는 미안한 이야기이긴 하지만 말이다. 그래도 계단이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태산을 오르려나.
등산에는 쉬어가는 전략이 필요한데 이번에는 취재가 목적이어서 사진 찍고 촬영하는 시간이 곧 쉬는 시간이었다. 물론 나중에는 카메라와 캠코더 모두 가방에 다 넣고 묵묵히 올라갔지만 말이다. 너무 자주 쉬니 태산 전체를 찍고 담겠다 싶었다. 정말 진땀 나게 힘든 산행이다. 20년 전 지리산 노고단 산행도 거뜬히 날아갔는데 이젠 그때가 아닌가 보네. 중국 취재 오기 전에 산행으로 체력 비축을 좀 해둘 계획이었는데 하지 못한 게 조금 후회된다.
건륭 황제와 공자도 밟은 정상
태산을 내려오는 사람들이 꽤 많다. 수학여행이랄까 온 학생들이 대부분인데 역시 젊은지 시끄럽게 떠들면서 잘도 내려온다. 산을 오르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대학생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많다. 그리고 산 아래에서 정상 쪽으로 짐을 실어 나르는 짐꾼들이 무거운 짐을 지고 오른다. 정말 대단한 체력이다. 저 일로 생계를 유지하니 고역이다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