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돌천에 드리운 아름다운 조화의 그림자최종명
2007년 4월 26일
칭다오 쓰팡(四方) 버스터미널에서 지난(济南) 행 버스를 예매했다. 99위엔에 보험료 1위엔 모두 100위엔이다. 비싼 편이다. 고급 버스라 그렇다. 지금이 아홉 시니 30분 정도 기다려야 한다. 생각해보니 지난의 민박집 예약을 하지 않은 게 아닌가. 노트북에 연락처가 있는데 어쩌나. 노트북을 열고 번호를 찾고 전화를 했다. 그런데 방이 없다네. 혹시 지난에 다른 민박집 아느냐고 물었더니 아마 없을 거란다. 설마 이런 일이.
칭다오에서 산둥성의 성후이(省会)인 지난까지는 직선거리로만 350㎞다. 그러니 오후 2시가 다 되어서야 도착했다. 3년 전에 산둥TV 공공채널 국장과 사업제휴를 하려고 온 적이 있어서 낯익다. 당시에 온 도시가 공사 중이었는데 지금도 별반 다를 게 없다. 시내에 들어오자 내 핸드폰에 메시지가 들어왔다.
欢迎您来到齐鲁大地!畅游海滨风光, 饱览泰山壮丽, 追寻孔子足迹 (하략)
"그 옛날 제나라와 노나라 땅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해변 풍경을 마음껏 구경하고 태산의 웅장하고 아름다운 모습도 실컷 보고 공자의 발자취를 따라가 보세요."
내가 가진 중국 핸드폰은 주요 도시에 갈 때마다 환영메시지가 온다. 전국을 돌아다닐 것이니 아마 재미있는 메시지가 많을 듯하다. 그렇다. 산둥은 해변과 태산, 공자를 3대 명물이라 할만하다.
지난에 도착하자마자 호텔부터 찾았다. 터미널과 기차역 부근을 배낭 메고 돌아다니니 영 죽을 맛이다. 그래서 일단 택시를 타고 여행 책을 참고해 호텔 하나를 찾았다. '꾸이뚜빤디엔바'(귀두호텔 갑시다) 하니 가까운 거리니 미터기를 사용하지 말자고 한다. 맘대로 하라고 했다.
기본요금 7.5위엔 만 내면 되니. 책자에는 580위엔에 Tax 10% 별도라고 되어 있다. 480위엔에 Tax 없이 하루 묵기로 했다. 좀 비싼 듯했지만 애초의 계획이 다양한 호텔이나 민박집, 여관, 초대소를 다 누빌 생각이었기에 지난에서 좀 무리하기로 했다. 역시 호텔은 정말 좋았다.
재빨리 씻고 취재 차림으로 나왔다. 캠코더와 카메라, 삼각대가 전부다. 한결 가벼운 발걸음으로 빠오투취엔(趵突泉)으로 향했다. 취엔청(泉城)이라는 지난에는 역시 좋은 샘이 많다. 빠오투취엔은 시 한복판에 있는 공원으로 샘들이 많다. 그 중 가장 크고 아름다운 샘이 바로 빠오투취엔이다. '뛰어오르고 솟아나는' 샘이라니 재미있는 이름이다.
먼저 이청조(李清照) 기념당에 들렀다. 그녀는 남송시대 유명한 여류시인이며 문학가이다. 1084년에 문학과 예술의 가풍을 지닌 사대부 집에서 태어난 그녀는 이안거사(易安居士)라 불리며 ‘여몽령(如梦令)’과 같은 여성스런 운치로 규방생활을 소재로 상춘(伤春)의 정서를 잘 드러냈다고 평가한다.
샘이 있어 정서가 남다른 공원이다. 곳곳의 아담한 집이나 문 바위와 나무들이 다 아기자기하고 포근한 느낌을 풍긴다. 샘도 많고 정원도 많다. 그래도 빠오투취엔이 역시 최고다.
이 샘은 지엔취엔(槛泉)이라 불리기도 하며 이미 2700년 전부터 역사에 기록되기 시작한다. 일년 내내 평균 18도의 온도를 항상 유지하는 따뜻한 샘물이다. 샘물 속에는 물고기들이 솟아나는 샘물을 따라 솟기도 하고 가라앉기도 한다. 주변 나무와 작은 정자나 사당들이 비치는 샘물을 보고 있으면 시름이 다 사라질 정도로 짜릿하다.
눈길을 끄는 두 개의 작은 비석이 샘 깊이 심어져 있다. '제일천(第一泉)'은 청나라 함풍제 시대 서예가인 왕종림(王钟霖)의 글씨이고, '표돌천(趵突泉)'은 명나라 시대 산둥 지방 고급관원인 후찬종(胡缵宗)의 글씨라 한다. 회색 바위에 하늘색으로 각인된 비석이 물과 어우러져 투명함을 더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