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갖 봄나물과 어우러진 멸치회가 어우러진 저녁밥상입니다.배만호
지난 4일 밤, 태어나 처음으로 멸치회를 먹었습니다. 조그만 멸치를 손질하여 온갖 나물로 무쳐먹었습니다. 일터 사람들과 나누어 먹은 멸치회를 먹으며 자꾸만 어머니가 생각났습니다.
어머니는 봄이 오면 멸치를 샀습니다. 트럭에 싣고 시골을 도는 상인에게 좋은 멸치가 있을리는 없습니다. 어머니는 좋은 멸치를 고를 줄 알았지만, 마음에 드는 멸치가 걸리는 날은 드물었습니다.
그나마 맘에 드는 멸치를 사게 되면 회는 만들지 못하고 국을 끓였습니다. 멸치만 가득 넣고 끓인 국을 먹으며 봄날에 입맛을 돋우었습니다.
그리고 멸치젓을 만드셨습니다. 어린 아들은 구경을 하다 계곡에서 조그만 피라미를 잡아다 말립니다. 그게 마르면 멸치가 되는 줄 알았습니다.
그렇게 만든 멸치젓으로 여름날 풋고추를 찍어 먹으면 밥 한 그릇이 그냥 없어집니다. 된장에 고추를 찍어 먹는 산골 사람들과는 달리 우리집은 된장과 멸치젓을 함께 찍어 먹었습니다.
어머니는 광양만이 보이는 바닷가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리고 지리산 자락으로 시집을 오셨지요. 바다 냄새가 그리울 때면 어머니는 시장에서 싱싱한 해산물을 조금 맛 보는 것으로 참았습니다. 그리고는 저에게 자랑을 하십니다.
"오널 장에 해삼이 참 좋든디, 가올 수가 있어야제."
완행 버스를 타고 하동의 오일장에서 집까지 오려면 한 시간은 족히 걸립니다. 평소에는 40분 가량 걸리는데 장날은 손님이 많아서 그렇습니다.
멸치회 먹으며 눈물이 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