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 노무현의 좌절]을 접하는 [노무현 지지자의 좌절]

누구를 위한 정계개편이었습니까?

등록 2007.05.08 08:47수정 2007.05.08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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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현안에 대해서 간헐적으로 이어진 대통령의 발언이 예기치 않은 갈등과 파문을 불러일으킬 때 마다 남모르는 속알이를 해온 지지자의 한 사람으로서, 어제 대통령이 여권통합과 관련해 작심하고 속마음을 털어놓았다는 소식을 접하며 대통령의 발언이 가뜩이나 복잡하게 꼬여있기만 한 여권 통합에 또 다른 혼란과 갈등의 소재로 작용하지 않기를 바라며 [‘정치인’ 노무현의 좌절]이란 제목의 글을 열어 보지만 정국을 바라보는 대통령의 편향된 시각이 석고처럼 굳어가고 있음을 확인하면서 글을 읽는 내내 실망감을 금할 수 없었다.

먼저 나라의 대통령으로서 자신의 발언이 미칠 파문을 무시한 채(어쩌면 파란을 노리고 쓴 글일 수도 있지만..) 자신의 속내를 드러냄으로서 여권 통합에 또 다른 혼선을 가중시킨 무책임함을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이 글을 쓴 대통령이 스스로 “대통령이 아닌 정치인의 입장에서 이 글을 썼다.”고 밝히고 있지만 주장을 접하는 모든 사람이 이 발언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그를 ‘정치인 노무현’이기에 앞서 ‘현직 대통령 노무현’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땅에 적게는 수백 많게는 수천 명에 이를지도 모르는 정치인 중 일개 정치인이 정계개편과 관련한 속내를 털어놓았다고 해서 온 나라가 관심을 기울이고 언론과 정계가 요동쳐야할 이유가 없다. 따라서 대통령은 정치인이기에 앞서 한 나라의 지도자로서의 본분에 충실해야 하며, 정치적 행동이나 발언은 정치인의 영역으로 남겨두는 것이 정권재창출을 돕는 일이며, 여권의 대통합을 돕는 일이었다.


대통령이 구상한 정계개편과 대통령이 시도한 정계개편의 차이


대통령이 당선자 시절에 “대통령으로서 하고 싶었던 것이 무엇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정계개편]이라고 답했다는 언급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노무현대통령이 기자의 질문에 답할 당시에 구상한 정계개편과 대통령에 취임한 이후 시도한 정계개편에 얼마나 큰 모순과 괴리가 존재하는지는 대통령 스스로의 발언에도 잘 드러나고 있다.

발언 내용을 그대로 받아들이자면 당선자 시절 대통령이 구상한 정계개편은 3당 합당으로 야기된 정당의 정체성 혼란을 극복하고 지역주의를 극복하는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백번 천 번을 양보하여 김대중 전 대통령의 오랜 가신들이 기득권을 주장하고, 호남정서를 많이 반영하는 민주당과 결별하여 소수여당에 의존한 국정운영이란 모험을 감행한 사실을 두고, 정치를 정상화하기 위한 충심의 발로였다고 봐 줄 수도 있다.

그렇지만 2004년 12월 4대 개혁법안 입법이 좌절된 이후 한나라당과의 대연정을 구걸한 부분은 3당 야합 불참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노무현 대통령이 취할 대안은 결코 아니었다. 대통령은 오늘날 “여권 통합이 표류하고 공중분해를 앞두고 있는 열린우리당의 현실에 대해 ‘좌절’을 느낀다.”며 비감을 토로하지만 오늘날 여당이 처한 현실은 대통령이 140명의 여당 의석을 가지고도 한나라당에 대연정을 구걸하던 상황보다 훨씬 정상적이며, 개나 소를 대려다 통합을 추진한다고 한들, “그럴 바에야 차라리 (개혁과 극복의 대상인) 한나라당과 손을 잡겠다.”는 개혁세력의 굴복 보다는 훨씬 상식적이다.



[정치인 노무현의 좌절]을 접하는 [노무현 지지자의 좌절]



필자는 이제까지 대통령을 무차별적으로 비난하는 사람들에게 자제할 것을 주장했고, 차기 대선을 꿈꾸는 사람들이 소위 ‘인기 없는 대통령과 차별화하려는 전략’을 대의를 잃고 실익도 없는 행동이라며 비판해 왔을 뿐 아니라, “여권 후보는 누가 되었든 참여정부의 유산과 채무를 모두 상속하고 국민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한미 FTA 타결을 계기로 곤두박질해온 대통령의 지지도가 반전하기 시작하면서 지금은 오히려 “대통령은 여권 통합과 정계개편에 손을 떼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과 지지자는 노무현 대통령에게 넘치도록 많은 기회를 주어 왔다. 국회의원에 낙선하고 부산시장에 낙선한 야인에게 나라의 통치권을 넘겨주었으며, 그가 “힘이 없어 대통령 못해먹겠다.”고 하기에 151석의 거대여당을 덤으로 만들어 주었다. 5년간 나라의 운명을 좌지우지할 막중한 직책을 감당하고 있는 대통령이 스스로 [대통령이 아닌 일개 정치인으로서 처신한다면] 이것은 막중한 대통령의 임무에 소홀한 직무유기다. 또한 한 나라를 이끌어갈 대통령이 여권 통합을 이루어 내지 못한 것은 대통령이 남을 탓하기에 앞서 스스로 리더십의 부재를 탓할 일이다.

멍석을 깔아 주었을 때는 딴전만 피우며 지지자를 애태우던 대통령이 막상 자리를 걷어야 할 때가 되고 보니 다시 판을 깔아 달란다. 이것은 분명 [정치인 노무현의 좌절]을 접하는 [노무현 지지자의 좌절]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인터넷한겨레,다음,더팬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인터넷한겨레,다음,더팬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노무현 #정계개편 #여권통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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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음악 오디오 사진 야구를 사랑하는 시민, 가장 중시하는 덕목은 다양성의 존중, 표현의 자유 억압은 절대 못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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