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우먼 뺨치는 100년짜리 할머니 개그

[안성의 명물] 98세된 이복례 할머니와 딸 조봉희 할머니가 동행하는 삶의 철학

등록 2007.05.03 18:28수정 2007.05.06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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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이 오자 '감사합니다'를 연발하시며 손을 들어 일일이 악수를 청하는 이복례 할머니가 오래 사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게다.
손님이 오자 '감사합니다'를 연발하시며 손을 들어 일일이 악수를 청하는 이복례 할머니가 오래 사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게다.송상호
내후년이면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100세가 되는 할머니지만 농담하는 실력이나 웃기시는 실력이 장난이 아니다. 시시한 개그우먼은 뺨칠 정도이다.


"아, 내가 요즘 고기 땜시 환장을 혀."
"아니 무슨?"
"내가 작년(97세)까지는 고기를 별로 안 먹었는디 말여. 지금은 고기 먹는 힘으로 산다니께. 지금이야 없어서 못 먹지 허허허허."


실제로 그랬다. 이복례(98세, 경기 안성 미양면 갈전리) 할머니는 작년에 몸이 극도로 안 좋아지셔서 다들 돌아가시는 줄 알았다. 하지만 불사조처럼 다시 살아나신 할머니는 이제 고기든 뭐든 주는 대로 드신단다. 먹어야 기운을 차리고 살 수 있다는 뭐 그런 이야기인 게다.

"그때 가는 건데 말여."
"할머니, 그때 안 가셔서 섭섭하셔유?"
"그러지는 않지. 이런 좋은 세상 놔두고 어찌 눈 감누. 이렇게 좋은 사람들도 만나 보잖여. 아 그리고 가고 안 가고는 하늘에 달린 거 아니 겄어."
"할머니, 연세 100세는 문제 없것시유."
"그럴 거 같어? 그럼 나야 고맙지 뭐. 호호호호."


오늘따라 말씀이 많아지자 옆에서 딸인 조봉희(76세) 할머니가 자꾸 누우시라고 한다. 기운 빠지실까봐 그러는 게다.

"엄니. 이제 누우셔유."
"아 가만있어 봐. 내가 기분이 좋아서 그러니께."



이복례 할머니는 딸의 성화에 못 이겨 누우셨다가 또 다시 일어나신다. 일찍 돌아가신 할아버지 이야기랑 자손들 이야기랑 이야기보따리를 자꾸 풀어놓으신다.

"내가 옛날 같았으면 지금 뛰고 놀 것인 디."
"할머니, 젊은 남정네가 손잡아 드리니께 좋으셔유."
"허허허 그걸 말이라고 하남. 두말하면 잔소리 제."



이 말이 떨어지자 같이 앉아 있던 봉사도우미 아줌마들과 조 할머니는 배꼽을 잡는다. 하지만 할머니의 개그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사진 한 번 찍자는 나의 제의에 딸 조봉희 할머니는 기운이 없어서 힘드실 거라고 말하지만, 이복례 할머니는 어느새 그 말을 들으시고는 한말씀 하신다.

"아, 그거 좋지. 찍어요, 찍어."
"그럼 찍습니다."
"아, 지금 말고 내가 웃을 때 찍어 여."


조금 있다가 정말 세기에 한 번 나올까 말까한 100년짜리 개그 퍼레이드가 이어질 줄 누가 알았을까. 이 할머니는 웃는 포즈와 함께 '촬영용 박장대소'를 날려 주신다.

"하하하하!"
"예, 좋아요 할머니."
"안 좋으면 이 포즈는 워뗘. 호호호호."


이복례 할머니가 하도 웃기시니까 딸 조봉희 할머니는 거의 실신할 정도로 웃으신다.
이복례 할머니가 하도 웃기시니까 딸 조봉희 할머니는 거의 실신할 정도로 웃으신다.송상호
순식간에 조그만 방이 웃음 아수라장이 된다. 배꼽을 잡고 웃는 사람, 박장대소를 하는 사람, 하도 웃다가 눈물까지 나는 사람 등이 어우러져 4평 남짓한 방이 개그 프로 녹화장이 되어버린 게다. 요즘 한참 잘 나가는 방송 개그들보다 훨씬 우습고 진하고 수준 있는 개그라고 아니할 수 없다.

조금 잠잠하다 싶더니 이 할머니는 또 촬영용 웃음을 날리고 주위에 사람들은 또 웃음폭탄이 터지고. 거짓말 약간 보태서 20분 정도를 그렇게 하고나니 주위의 사람들은 이젠 도저히 웃을 기력이 없어 기운이 바닥이 날 지경이 된다.

더 웃긴 것은 할머니가 '촬영용 웃음'을 날리다가도 본인이 생각해도 우스운지 간간히 진짜로 박장대소도 하시니 그 웃음들이 뒤섞여서 보는 이로 하여금 도저히 웃지 않고는 배길 재간이 없게 만든 것이다.

그렇게 웃고 이야기하는 가운데도 딸 조봉희 할머니는 손이 바쁘다. 오신 손님에게 뭐라도 챙겨주려고 냉장고랑 찬장을 뒤지느라 여념이 없다. 이 할머니의 100년짜리 개그 입담과 조 할머니의 성실한 손님 챙기기는 사람들의 발걸음을 끊이지 않게 하는 노하우 중에 노하우인 것이다.

두 할머니가 사시는 마을 입구엔 '은총의 마을'이라는 표시가 되어 있는 것은 우연은 아니리라.
두 할머니가 사시는 마을 입구엔 '은총의 마을'이라는 표시가 되어 있는 것은 우연은 아니리라.송상호
방 한 쪽 벽면에 붙어 있는 조그만 종이에다가 할머니가 손수 볼펜으로 써놓은 삐뚤삐뚤한 글귀가 눈에 확 들어온다. 방문한 사람들에게 늘 입버릇처럼 하던 말인 게다.

"항시 감사합니다."

덧붙이는 글 | 이 인터뷰는 5월 3일 이복례 할머니 자택에서 이루어졌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인터뷰는 5월 3일 이복례 할머니 자택에서 이루어졌습니다.
#이복례 #조봉희 #안성 #미양면 #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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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서 목사질 하다가 재미없어 교회를 접고, 이젠 세상과 우주를 상대로 목회하는 목사로 산다. 안성 더아모의집 목사인 나는 삶과 책을 통해 목회를 한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는 [문명패러독스],[모든 종교는 구라다], [학교시대는 끝났다],[우리아이절대교회보내지마라],[예수의 콤플렉스],[욕도 못하는 세상 무슨 재민겨],[자녀독립만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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