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백지영에 대해서 이야기하면서 좋아하는 강만석씨구은희
"백지영도 와요."
브라질 학생 강만석씨도 거든다. 강만석씨는 지난주 본교에서 거행한 '한국영화의 밤'에서 할리우드볼에 참석하기로 한 초급 2반의 필리핀 학생 김정미씨를 만나서 할리우드볼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거기에 가수 백지영이 온다는 이야기를 듣고 갑작스럽게 참석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참, 이루하고 플라이 투 더 스카이 팻말 만들었어요."
수진씨가 자신이 직접 만든 팻말을 보여준다. 거기에는 'eru', 'FTTS(Fly to the Sky의 약자)'라고 쓰여 있었다.
"기왕이면 한글로 쓰지 그랬어요?"
"제 컴퓨터에서 한글이 안 되어서 그랬어요."
실리콘밸리에 있는 본교 학생 중에서 이번에 L.A. 할리우드볼에서 개최되는 코리안 페스티벌에 참가하는 학생은 강수진씨, 강만석씨, 김정미씨 이렇게 3명이다. 김정미씨와 강수진씨는 필리핀 사람이고, 강만석씨는 브라질 사람이다. 사실, 한국어와 한국 음악이 아니었으면 같이 만날 일도 별로 없을 그런 다른 사람들이다.
하지만, 이들이 한국 음악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에는 누구보다도 친한 사람들이다. 그들은 서로 자기가 좋아하는 가수들의 이야기를 하면서 이야기꽃을 피우곤 한다.
오늘 수업에서는 '∼을/를 좋아해요'를 배웠다. 각자 좋아하는 것을 넣어서 문장을 만들어 보게 하였는데, 보통은 한국 음식 이름이 많이 나오는데 이 반의 경우에는 이루, 이영애, 송혜교, 백지영이 등장했다.
"저는 이루를 좋아해요." 필리핀 학생 강수진씨가 말했다.
"저는 이영애를 좋아해요." 중국 아저씨 왕중화씨가 말했다.
"저는 백지영을 좋아해요." 브라질 학생 강만석씨가 말했다.
"저는 송혜교를 좋아해요." 유일한 한인 2세 S씨가 말했다.
"저는 이병헌을 좋아해요." 베트남 학생 태경도씨가 말했다.
받침이 있으면 '을'을 붙이고, 받침이 없으면 '를'을 붙인다는 재미없는 설명보다는 이렇게 이름에 '을/를'을 붙이면서 저절로 규칙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들을 잘 모르는 다른 학생들을 위해서 인터넷으로 함께 사진을 찾아보았고, 자기가 좋아하는 연예인의 얼굴이 스크린에 떴을 때는 환호성을 지르기도 했다.
이번 주 금요일(4일)이면 만석씨, 수진씨, 그리고 정미씨가 코리안 페스티발에 참가할 것이다. 자신들이 좋아하는 연예인을 만난다는 기쁨에 들떠서 흥분된 그들의 모습에서 미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작지만 소중한 한류의 씨앗을 볼 수 있었다.
"질문 있어요?"라고 언제나처럼 수업이 끝난 후에 물었을 때 정미씨가 손을 들고 질문했다.
"사진 찍고 싶을 때 어떻게 이야기해요?"
"'사진 같이 찍어요'라고 하면 돼요."
수진씨와 만석씨, 정미씨는 이번 코리안 페스티벌에서 사진도 많이 찍고 많은 이야기도 담아와서 함께 가지 못한 다른 학생들에게 들려줄 특명을 띤 특파원으로 파견되었다.
그들이 들려줄 코리안 페스티벌 이야기는 다음에 계속 전하도록 하겠다.
덧붙이는 글 | 구은희 기자는 미국 실리콘밸리 지역 어드로이트 칼리지 학장이자 교수, 시인입니다. 더 많은 어드로이트 칼리지 한국어 교실 이야기는 구은희 산문집 <한국어 사세요!>에서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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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한국어 및 한국 문화를 가르치는 교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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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루, 이영애, 백지영, 송혜교, 이병헌 이들의 공통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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