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에 열린 필자의 산문집 <한국어 사세요!>에 참석한 유대봉 씨 가족구은희
스타벅스에 앉아 있으면 꼭 한 명쯤은 당신에게 와서 영어로 말을 걸었는데, 보통 자기가 할 말만 하고 가더라는 것이었다. 유대봉씨가 생각하기에 그 사람들은 자신들이 배운 영어를 당신이 미국 사람으로 보이니까 와서 연습해 보고 싶었던 모양 같았다고 말씀하셨다.
그렇게 당신에게 말을 걸어온 사람들 중에는 어린아이들이 많았는데, 당당하게 당신 앞에 와서는 자신들이 배운 간단한 말들만 쭉 하고는 인사도 안 하고 가버리더라는 것이었다.
꼬마: 하이!
유대봉: 안녕하세요?
꼬마: 워쯔 유어 네임?
유대봉: 이름이 뭐예요?
유대봉씨는 자신이 배운 한국어를 연습하고 싶었고, 한국에 가면 그럴 기회가 많으리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한국 사람들은 자신을 대상으로 영어를 하려고 해서 별로 한국어를 해 볼 기회를 못 가졌다고 했다. 그래도 한국 간판들을 읽어보고 장모님과 간단한 대화를 나눌 수 있어서 좋았다는 말씀도 덧붙이셨다.
유대봉씨는 매년 한국을 방문하시곤 하는데, 이번 해에는 2년만에 다녀오신 것이었다. 2년 새에 갑자기 늘어난 스타벅스와 영어를 연습하려는 사람들로 인해서 놀라신 눈치셨다. 또한, 수업 시간에 보았던 한국의 전통문화를 기대했던 유대봉씨는 조금은 실망하신 눈치셨다.
훈민정음이 적힌 스타벅스 머그컵을 보면서 아이디어는 참 좋은데, 어쩐지 부조화를 이루는 듯한 느낌이 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세종대왕께서 훈민정음을 만들어 주셨는데 우리는 너무 우리의 것을 다른 것과 혼합해서 사용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반성을 해 보았다.
그러한 실망은 다행히 전부터 가고 싶어하셨던 강화도를 방문함으로 가신 것 같았다. 강화도 방문 이야기는 다음에 하기로 한다.
덧붙이는 글 | 구은희 기자는 미국 실리콘밸리 지역 어드로이트 칼리지 학장이자 교수, 시인입니다. 더 많은 어드로이트 칼리지 한국어 교실 이야기는 구은희 산문집 <한국어 사세요!>에서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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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한국어 및 한국 문화를 가르치는 교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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