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남면 석촌리의 보호수정판수
집에서 출발한 지 10분이 채 안 돼 경북 경주시 양남면 석촌리에 이르면 나는 또 하나의 깨달음을 얻는다. 이 마을의 당산나무이면서 바로 보호수로 지정된 느티나무 때문이다.
1982년 10월 29일 보호수로 지정되면서 만들어진 비석에는 수령(樹齡) 250년, 높이 15m, 둘레 4.3m로 돼 있다. 사진에서 전봇대와 크기를 비교해 보면 짐작이 갈 것이다. 높이는 어른 키의 10배쯤, 둘레는 어른 셋이 팔을 합쳐 둘러야 하니 말이다.
그런데 수령은 적힌 것보다 훨씬 많은 400년이 넘는다는 마을 어른들의 얘기다. 지정할 당시 아흔이 넘은 어른께서 당신의 할아버지에게서 들은 이야기라면서 400년이 넘었다는데도 전문가가 와서 보고는 그렇게 적었다는 것이다.
그동안 여행 다니면서 이름난 노거수(老巨樹)를 많이 보았지만 그들에 조금도 뒤지지 않는다. 가지마다 새싹이 돋아날 때인 이즈음은 이즈음대로, 신록의 계절엔 신록의 계절대로, 가을엔 먹을 열매가 맺히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예쁘다. 황량한 겨울에도 눈송이를 이고 있는 모습을 보노라면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