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이 왕성하게 열렸을 때의 우리 집 감나무정판수
시골에 살아본 경험이 없더라도 며칠 머물러 본 사람이라면 도시보다 일찍 일어나게 된다. 그 이유는 보통 세 가지다. 첫째 새가 우는 소리와, 둘째 닭이 우는 소리와, 셋째 새벽부터 들려오는 경운기 소리 때문이다.
이 중에서 새 소리를 들으며 눈 뜬다는 건 보통 어마어마한 행운이 아닐 게다. 그러나 달내마을에 살고 있으면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다.
"후두둑 후두둑", "호로롱 호로롱", "쑤꾹 쑤꾹", "삐쭈 삐쭈", "삐요 삐요", "삐비 삐비", "찌이 찌이 찌이", "찌리 찌리 찌" 등 쉴 새 없이 들려오는 소리 속에 살고 있음은 얼마나 행복한가.
솔직히 난 소리만 듣고 어떤 새인지 구별하지 못한다. 아니 새 소리를 듣고 구별 못 할 뿐 아니라 새를 보고도 무슨 새인지 이름을 아는 경우보다 모르는 경우가 더 많다. 그래서 가끔 다른 이의 글 속에 나오는 '이름 모를 새'니, '이름 모를 꽃'이니, '이름 모를 나무'니 하는 표현을 경멸하면서도 나도 종종 쓴다.
백과사전을 뒤져 보면 봄에 우는 새로 제비, 참새, 까치, 꿩, 멧비둘기, 소쩍새, 쏙독새, 파랑새, 밀화부리, 꾀꼬리, 물까치, 호랑지빠귀, 찌르르기, 후투티, 벙어리뻐꾸기, 휘파람새, 청호반새 등이 나오지만 아는 이름보다 모르는 이름이 더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