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풀이 자라는 언덕이승철
요르단의 느보산을 출발한 버스는 구불구불 내리막길을 한없이 달렸다. 주변은 그야말로 새파란 풀 한 포기 보기 어려운 황량한 사막이다. 그런데도 그런 산악지역 곳곳에 수십, 수백 마리씩의 양떼가 무엇인가를 뜯으며 이동하는 모습은 정말 경이로운 풍경이었다.
"저 사람들이 바로 팔레스타인 난민들입니다."
산 아래쪽의 작은 도시 변두리에는 대부분 천막촌으로 형성된 마을이 보인다. 움막 같은 것을 쳐놓고 사는 모습도 보이는데 그들이 바로 팔레스타인 난민들이라는 것이었다. 팔레스타인 난민들이 가장 많이 수용되어 있는 곳이 바로 요르단이라고 했다.
"이 지역 어느 곳인가가 이집트를 탈출한 유대인들이 가나안 땅으로 들어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진을 쳤던 싯딤골짜기일 것입니다."
한참을 더 내려간 버스는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고 달리기 시작했다. 길가에서 어쩌다 만나는 유일한 나무는 한 그루씩 앙상한 모습으로 외롭게 서 있는 싯딤나무라고도 불리는 아카시아나무 뿐이었다.
그런데 그렇게 한참을 달려 내려간 골짜기의 풍경이 아주 놀랍게 달라지기 시작했다. 골짜기 길을 동쪽으로 조금 더 달리자 주변이 푸른 들판으로 변한 것이었다. 우리들이 달려가고 있는 도로 왼편은 밀밭과 오렌지 밭 등 푸른빛이 가득했는데 그쪽 지역이 바로 요르단 강이 흐르는 곳이라고 했다.
길가에는 푸르게 자란 밀밭들이 보이고 푸른 잎이 싱그러운 커다란 나무들이 줄지어 서 있는 모습도 보인다, 더욱 놀라운 것은 넓은 밭을 가득 메운 비닐하우스들이었다. 겨울철 우리나라의 어느 들녘을 바라보는 느낌이랄까. 그 비닐하우스에 들어가 볼 수는 없었지만 안에는 싱싱한 야채가 자라고 과일들이 주렁주렁 열려있을 것 같은 상상은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