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후 2시(현지시각) 미국 버지니아 공대에서 열린 총격사건 희생자 추모식에 참석한 학생들.오마이뉴스 안홍기
애도를 표하고 위로의 말을 전하는 건 의무다. 미국 버지니아 공대 총기난사사건으로 희생된 사람들은 억울한 피해자다. 아무 이유도 없이 총탄을 맞아 절명하거나 부상에 신음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을 진심으로 보듬어 안는 건 의무이기 이전에 도리다. 마땅히 가져야 하는 측은지심이다.
그렇다고 오버하지는 말자. 유독 한국이 석고대죄할 일은 아니다. 총기난사사건을 저지른 장본인이 한국인이라고 해서 한국 전체가 죄인이라도 된 냥 무릎 꿇고 머리 조아릴 이유는 없다.
사건의 본질적인 원인은 미 총기보유정책
엄밀히 규정하자. 총기난사사건은 단순사건이다. 한 개인이 치정에 얽혀 저지른 '묻지마' 살인극이다. 조승희씨가 치밀하게 범행을 준비했는지 안 했는지는 핵심문제가 아니다. 범행의 동기와 전개과정이 개인적이고 단순하다는 점, 이게 중요하다.
이 점을 강조하는 이유가 있다. 조씨는 여덟 살에 이민을 가 미국 교육과 문화에 편입된, 사실상의 미국 시민이라는 점을 놓칠 수 없다. 그래도 법률상으로는 한국인이라고 하니까 그렇다고 치자. 그렇다하더라도 민족을 부각시킬 이유는 별로 없다.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이유는 따로 있다. 한국인이기 때문에 저지른 사건이 아니라 누구라도 저지를 수 있는 사건이란 점을 주목해야 한다. 미국 헌법은 누구나 자유롭게 총기를 보유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이 헌법 조항 때문에 미국 가정이나 개인이 보유한 총기가 2002년 기준으로 2억 5000만 정을 헤아린다. 이 2억 5000만 정의 총구가 언제 어디서 불을 뿜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추상적인 얘기가 아니다. 사례는 수두룩하다. 콜럼바인 고교 총기난사사건만 있었던 게 아니다. 10대의 소년 소녀가 퇴학당했다는 이유로, 시험에 낙방했다는 이유로, 심지어 "월요일이 싫다"는 이유로 총기를 무차별 난사한 예도 있다. 흑인이든 백인이든, 동양계든 유럽계든, 소년이든 성인이든 누구라도 총기를 난사할 가능성이 널려있는 게 미국 사회다.
미국도 이 점을 인정한다. <뉴욕타임스>는 사설에서 미국인들이 맞닥뜨려야 할 가장 큰 위험으로 "마음만 먹으면 너무도 쉽게 무장할 수 있는 국내 살인자들"을 꼽았다.
하지만 한국 언론은 다르다. 모든 한국 언론이 버지니아 공대 총기난사사건의 범인이 한국인이란 사실을 톱뉴스로 뽑았다. 한국 교민사회가 보복을 당할까봐 떨고 있다는 소식, 사건이 한미 양국의 마찰요인이 될까봐 외교통상부가 긴장하고 있다는 소식도 상세히 전했다.
'한국계가 범인'... 헤드라인이 간과한 사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