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생 처음 한글을 배우는 첫 한국어 수업 시간구은희
‘ㅏ, ㅑ, ㅓ, ㅕ, ㅗ, ㅛ, ㅜ, ㅠ, ㅡ, ㅣ’
난생 처음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들의 첫 수업은 항상 시끌시끌합니다. 영어권 학생들 입장에서 보면 정말 정신 없을 것 같긴 합니다. 긴 작대기, 작은 작대기들을 왼쪽 옆에 붙이고, 오른 쪽 옆에 붙이고 하면서 다른 소리를 냅니다. 거기까지는 좀 쉬운 편이었습니다. 작은 획을 하나 더 붙이더니 다시 다른 소리라고 하고 두 개를 합쳐서 동시에 소리 내라고 합니다.
모국어 화자들이 생각할 때에는 모음이 자음보다 훨씬 쉽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외국어로서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들은 오히려 모양으로 구분이 가능한 자음보다는 획의 방향에 따라서 음가가 달라지는 모음이 훨씬 어렵다고들 합니다.
그래서 사용하는 것이 '모음 체조'입니다. 모음 체조는 말 그대로 몸으로 모음을 만드는 것인데, 몸이 긴 획이 되고 두 팔이 짧은 획이 되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ㅏ'는 오른쪽 팔을 몸 바깥 쪽으로 뻗고 'ㅑ'는 두 팔을 모두 오른쪽 방향으로 뻗는 것입니다. 'ㅗ'는 한팔만 위로 올리고, 'ㅜ'는 아래로 한팔만 내리면 됩니다. 이때 주의해야 할 점은 'ㅛ'를 한 다음에 'ㅜ'’를 할 때, 한팔은 그대로 위에 놓고 한팔만 내리면 안 됩니다.
이렇게 기본 모음을 모음 체조를 통하여 익히는데, 한 학생이 손을 듭니다. 'ㅟ'나 'ㅘ'는 어떻게 해야 하냐는 것입니다. 그때 바로 재치를 발휘합니다. 두 학생이 함께 하면 된다고 말입니다. 즉, 'ㅟ'는 한 학생이 'ㅜ'를 하고 다른 학생이 그 옆에서 'ㅣ'를 하면 되는 것입니다.
한글 모음을 외우기 위해 학생들은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합니다. 'ㅐ'는 영어알파벳의 'H'라고 하고 'ㅒ'는 '사다리'라고 합니다. 'ㅜ'는 영어알파벳의 'T', 'ㅗ'는 'T'를 거꾸로 놓은 것이라고 하기도 합니다.
그중에서도 영어에는 없어서 학생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ㅡ'는 한 학생의 재치로 그 문제를 말끔히 해결합니다. 사실 필자는 'ㅡ'를 영어 단어의 'spring'에서 'sp'에 해당하는 발음이라고 하였는데, 한 학생이 'ㅡ'는 영어에서 더러운 것이나 징그러운 것을 보았을 때 내는 '으∼'에 해당한다고 하여서 모두 폭소를 터뜨렸습니다. 'ㅡ'는 어려운 것이니 정말 그들에게는 '으∼'라고 할 만한 모음이라는 뜻에서 쉽게 기억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