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12일 오전 서울 용산 서울문화사앞에서 열린 '시사저널 불법 제작 중단 촉구 기자회견'에서 고재열 기자가 '짝퉁 시사저널'의 사망을 선언하는 피켓을 들고 서 있다.오마이뉴스 권우성
고 기자는 11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시사저널> 기자들이 함께 만든 책 <기자로 산다는 것>에 퀴즈 프로그램 출연을 예고한 바 있다"며 "또한 '결혼 전에 출연하겠다' '아이가 태어나면 출연하겠다'고 미뤄온 아내와의 약속 때문이었다"고 출연 배경을 밝혔다.
무엇보다 석달째를 맞는 파업으로 지칠 대로 지친 동료들을 위해 '분위기 쇄신용'으로 직접 나서게 된 것이다.
<시사저널> 노동조합(위원장 정희상)은 지난해 6월 삼성 관련 기사 삭제 이후부터 지금까지 사측과의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지난달 '3월말 타결'을 전제로 노사가 집중 교섭에 들어갔지만, 이마저도 결렬됐다.
고 기자는 "이번 출연이 동료들에게 활력소가 된 것 같다"며 "노사협상이 중단된 상황에서 또다른 시작의 계기를 제공한 것 같아 제일 기쁘다"고 말했다. 김은남 기자도 "우울하고 침체됐던 차에 한 줄기 신선한 빛이었다, 가슴이 뻥 뚫리는 후련한 소식이었다"고 평가했다.
고 기자는 프로그램에서 자신을 '생계형 출연자'라고 소개했다. 또한 기사 형식을 빌어 "오늘의 뉴스 속보, 32세 백수 아빠가 퀴즈 영웅으로 거듭나다"고 자기 소개의 제목을 뽑았다.
'퀴즈 영웅'이 되기 위해 그는 지난달 25일 필기 시험과 면접을 거쳤고, <시사저널> 인턴기자들에게서 일반상식 교재 등을 빌려 일주일간 벼락치기로 공부했다.
고 기자는 '퀴즈 영웅'으로 등극해 상금 2000만원을 탔다. 그는 10일 용산 서울문화사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상금 중 1000만원은 노동조합의 투쟁 기금으로 쓰겠다"고 밝혔다. 나머지 상금은 4개월째 월급 봉투를 갖다주지 못한 아내에게 바칠 예정이다.
눈물의 '최후변론'... "저는 파업기자입니다"
퀴즈 프로그램 도전에 성공한 그의 다음 목표는 드라마 작가. 그는 "파업이 제2의 인생을 만들어줬다"며 너스레를 떨었지만, 가장 큰 소원은 기자 전원이 한 사람의 결원없이 시사저널로 돌아가 매체를 정상화시키는 것이란다.
한편 고 기자와 그의 동료들은 고 기자가 프로그램 말미에 쏟아낸 '최후 변론'이 15일 방송에서 편집없이 방영되기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김은남 기자는 "고 기자가 '최후 진술'에서 본인이 하고 싶었던 말을 다 쏟아냈다"며 "우리의 심정과 100% 일치했다"고 말했다.
다음은 고 기자가 프로그램을 끝낼 무렵 남긴 '최후 변론'이다.
"모르는 사람이 많겠지만, 저는 <시사저널> 파업기자입니다. 파업을 했다고 하면 사람들은 대부분 월급 때문인 줄 알지만 기자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건 돈이 아닌 편집권입니다. 저를 비롯한 <시사저널> 기자들은 기자로서 일할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을 만들고자 싸우고 있는 겁니다. 특히 어려운 시간을 같이 보낸 가족들에게 감사하고, 같이 고생한 동료 선배에게 감사하고, 끝까지 제대로 된 잡지 만들라고 성원해준 독자들에게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