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공동작업장에서 만들어지는 복조리가 복조리라고 불리워지는데는 만드는 사람들의 환한 웃음을 보면 금새 알아차릴 수 잇 있다.송상호
마을 공동작업장에서 복조리는 이렇게 만들어진다
그들은 일찌감치 아침 밥을 먹고 8시쯤이면 마을 한가운데 마련되어 있는 '복조리 공동 작업장'으로 모여든다. 준비해 둔 대나무를 하나 둘 챙겨서 열심히 손을 놀려 복조리를 만든다.
나름대로 목표 수량을 정해놓고 하나 둘 만든다. 어떤 때는 '누가 많이 만드나' 하고 내기를 해서 경쟁하듯 신나게 만든다. 그렇게 만들다 배가 고프면 작업장에서 직접 점심을 해서 먹는다.
기분 좋으면 술 한 잔도 곁들인다. 술이 들어가면 가끔씩 노래 한 자락도 나오고. 잔치 분위기가 절로 나는 건 당연지사. 기분 좋게 오후 일을 시작하면서 '누구네 집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마을의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쏟아내면 '까르르' 웃음바다가 된다. 심심하면 커피도 끓여 먹고, 이웃집에서 가져온 누룽지도 나눠 먹고. 그러다 소밥 주러 가기도 하고. 누구는 소똥 치우러 가기도 하고.
하루 일을 거의 끝낸 사람도 있지만, 집에 가서 저녁 밥 먹고 또 와서 만든다. 그렇게 겨울밤이 깊어 가고. 그러다가 밤에 눈이라도 올라치면, 눈 오는 하얀 밤을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며 복조리는 그렇게 만들어져 간다. 만드는 게 신이 나고 이야기 하는 게 재미있어서 시간 가는 줄 모르다 시계를 쳐다보면 11시. 어떤 때는 12시. 그렇게 신대마을 복조리는 만들어진다.
"웃으며 행복한 마음으로 만드니 바로 복조리가 되겠지
잠시 그들의 신나는 이야기를 엿 들어 보자.
"아. 이 마을에 시집오면 안 하고 못 배기지. 호호호호"
"왜요. 누가 만들라고 눈치 주나요?"
"그게 아니고 다들 복조리 만들어 돈 버는데, 혼자 안 하고 배기나."
여기저기서 "맞아. 그 말이 맞구먼" 이구동성이 나오고. 그러면서 여기저기서 스테레오 웃음이 터지고. 그 여세를 몰아 옆에 있던 한 아주머니가 "아 글쎄 시집온 새댁이 소똥을 치웠다 잖어. 아이고 이쁜 거~~~"라고 우스갯소리를 하니 웃음보가 다시 터진다.
"여자 일 남자 일이 어딨어"라고 응수하는 한 할머니를 향해 또 한 번 "아, 그렁께 소똥 치울 때 '여자가 소똥을 치우다니 아이고 이쁜 거'라고 하는 거 아녀유"라고 하니, 일하시던 분들이 일을 차마 계속하지 못할 정도로 자지러지게 웃어 제낀다.
좀처럼 웃지 않던 변재숙(76) 할머니도 이번엔 영락없이 웃는다. 이 할머니는 이 마을에 시집오면서부터 시어른들에게 복조리 제조 기술을 전수받아 50년 가까이 해오고 있는 최장수 복조리 기술자이다.
한 할머니가 집에서 누룽지를 박박 긁어서 가져오니 "누구는 주고 누구는 안 주는 겨?"라고 하는 소리에 서로들 또 한바탕 웃음이 터지고. "오메 고것 참. 보기보다 맛있는데"라고 이야기 하니 먹으면서도 웃음은 그칠 줄 모른다.
하여튼 내가 봐선 별 이야기가 아닌데도 그렇게들 재미있으신가 보다. 비디오로 촬영해서 보여주고 싶을 정도로 신나는 장면들이 계속해서 이어지는 재미있는 오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