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이 되자 쓰레기 하치장에 모여드는 독수리들.김성호
하이에나 먹이 주는 행사가 끝난 뒤 숙소로 돌아와 침대에 누웠으나 잠이 오지 않았다. 한 시간 정도 몸을 뒤척이는 데 창문 틈을 통해 부스럭부스럭하는 소리와 함께 아주 기분 나쁜 느낌이 몰려왔다. "낄∼낄∼"하는 어린아이 웃는 소리 같기도 하고, "킁∼킁∼"하는 코로 냄새 맡는 소리 같기도 하다.
방문의 커튼을 젖히고 창문을 열어 건너편 운동장 공터를 바라보니 하이에나 떼가 보였다. 모두 5마리의 하이에나가 공터의 쓰레기하치장에서 음식 찌꺼기를 뒤지며 허기진 배를 채우려고 안달이었다. 이슬람 신사의 하이에나들은 실컷 먹고 어둠 속으로 사라졌을 테니까 이곳에 와 있는 하이에나들은 물론 다른 것이다.
쓰레기하치장에서 한참을 뒤적이던 하이에나들은 먹이가 떨어졌는지 이번에는 하치장과 내 숙소 사이에 있는 작은 개울물이 흐르는 계곡 밑으로 내려와 코를 땅에 대고 킁킁거리고 다녔다. 내가 묵은 숙소는 신관 17호였는데, 하이에나의 출몰을 볼 수 있는 가장 좋은 곳.
당연히 다른 방보다 두 배나 되는 숙박료인 70비르(8400원)를 내야 했다. 몰래 숨어서 하이에나 구경을 하는 셈이어서 두 배의 숙박료는 결코 아깝지 않다. 심야의 하이에나 사파리라고 할 수 있다. 어디서 어두운 밤에 커튼 뒤에 몸을 숨기고 이런 생생한 야생동물을 몰래 볼 수 있겠는가.
방에서 하이에나가 출몰하는 쓰레기하치장까지는 10m 정도의 가까운 거리. 하이에나 출몰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방이 여행객들에게 인기가 좋아 너무 몰리자 주인은 아예 수시로 방 번호를 변경하곤 한다.
하이에나가 출몰하는 운동장 공터 쓰레기하치장은 낮에는 아이들과 동네 사람들이 축구를 하는 놀이터이고, 어둠이 깔리기 시작할 때인 오후 5시쯤에는 독수리 떼가 날아와 하치장 위에 드러나 있는 음식 찌꺼기를 일차로 맛을 보고 어둠이 몰려오기 전에 서둘러 보금자리로 돌아간다. 밤 10시가 되어 어둠이 사람과 독수리를 완전히 몰아내면 제일 늦게 찾아오는 밤의 청소부가 바로 하이에나.
하이에나 떼가 몰려가는 것을 보고 잠이 들었는데, 갑자기 개 짖는 소리에 다시 잠을 깼다. 한 마리의 개가 짖자 육상경기의 400m 이어달리기하듯 바로 옆집의 개에 이어 건넛집 개들이 바통을 이어받아 잇따라 더 큰 소리로 짓기 시작했다. 개 짖는 소리에 놀란 듯 숙소 옆에 있는 양철 지붕의 허름한 판잣집에 사는 아기도 울기 시작했다.
개 짖는 소리는 바로 하이에나가 출몰했다는 신호. 개는 예민한 후각과 청각으로 하이에나의 출몰을 알아챈다. 하라르에는 개를 기르는 집들이 많은데 바로 하이에나를 내쫓기 위한 것이다. 배고픈 하이에나는 밤에 마을로 몰래 들어와 염소와 낙타 등 가축을 잡아먹기도 하기 때문이다.
개는 냄새로 분별하는 후각이 사람의 10만 배에서 10억 배이고, 청각은 인간보다 4배나 먼 거리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최첨단 레이더망. 밤이 되면 슬금슬금 민가로 침입해 들어오려는 하이에나도 잠에 곯아떨어진 사람의 눈과 귀는 피해갈 수 있어도, 최첨단의 코와 귀로 무장한 개의 레이더망은 피해갈 수 없는 법이다.
아니나 다를까, 창문의 커튼을 다시 여니 7∼8마리의 하이에나가 쓰레기하치장을 헤집고 다니고 있었다. 새로 먹이를 찾아 침입한 하이에나 무리이다. 하라르에서는 매일 밤새도록 이처럼 하이에나들이 교대로 먹이를 찾아 시내로 들어오고 있었다. 낮에는 근처 야산에 숨어 있다 밤이 되면 스멀스멀 무단침입자가 된다.
코란 낭송 대신 괴이한 합창소리에 잠 못 이루는 하라르의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