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평에 도착해 먼저 찾은 <메밀꽃 필 무렵>의 작가 가산 이효석 선생 생가.이동환
강원도 평창군 봉평면으로 이사 간 뒤 둘째 아들(고3)을 봉평고등학교로 전학시킨 친구에게서 요청이 왔다. 전교생이 130여 명, 그 가운데 고3이 44명인데 간절히 원하는 학생들에게 논술특강을 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이것저것 따지지 않고 바로 승낙했다. 학원 강의 더하기 관리 업무까지 눈코 뜰 새 없이 바쁘지만, 말기 암 투병 중인 어머니가 병원에 마지막으로 입원해 계시지만, 딱 하루 쉬는 날 월요일을 할애하기로 했다.
내가 뭐, 무슨 봉사정신이 투철해서? 아니다. 그저 자식 같은 학생들이 원한다는데 차마 거절할 수 없어서였다. 말 많고 탈 많은 사교육 덕에 밥술깨나 뜨는 나로서는, 기회가 된다면 눈곱만한 봉사나마 꼭 하자는 다짐을 평소 갖고 있기도 했다.
가산 이효석 생가가 있는 마을, 그리고 아이들
산 속 친구 집에서 봉평고등학교 고3 친구들을 만나기로 한 약속 시각이 저녁 6시 30분. 아이들 눈망울은 호기심으로 가득했다. 서먹함을 풀기 위해 짐짓 너스레를 떨었다.
"봉평고등학교는 미남미녀 아니면 안 뽑니? 공기 좋은 고장이라 그런지 인물들 장난 아니네?(아이들 웃음)"
실은 녀석들, 눈빛부터 시작해 너무나 맑고 건강해 보였다. 그리고 정말 예쁘고 착했다. 고교등급제 부활논리와 함께 "특목고를 비롯해 우수학교의 우수한 학생들은 장차 우리나라를 먹여 살릴 인재들인데(중략)"라는, 소위 전문가들의 인터뷰 기사를 마구 싣는 일부 신문들에게 묻고 싶다(조선일보 3월 24일자 등).
우수한(?) 학교와 학생들이 아니면, 즉 시골학교의 푸릇한 이 아이들은 장차 우리나라를 먹여 살릴 인재들이 아니란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