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잔치에서 찍은 한복 입은 마은영씨와 필자.구은희
개인교습을 받고 있는, 보험회사에 근무하는 필리핀 학생 마은영씨는 안명동씨보다 더 심한 경우이다. 처음에 기초반으로 등록을 해서 3주에 걸쳐서 한글 자모를 배웠는데, 다른 학생들보다 나이가 좀 있는 마은영씨는 쉽게 암기하지 못했었다.
그렇게 자모를 배운 마은영씨는 자신이 한국어를 배우고 싶은 것은 읽고 쓰고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한국 드라마를 이해하고 자신의 보험회사를 찾아오는 한국인들에게 조금이라도 한국어를 해서 친밀감을 표현하고 싶어서라고 하면서 완전히 회화 위주의 수업을 받고 싶다고 했다.
그렇게 해서 시작한 것이 나와의 개인교습이고, 그 개인교습 시간은 기존의 수업 방식과 전혀 다르게 진행된다. '안녕하세요'는 'annyunghaseyo'의 식으로 표현되고 마은영씨 개인이 나의 발음을 듣고 자신의 말로 적어서 암기하고 그것을 사용해 연습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어쩌면 '한국어는 한국어로 배워야 한다'라는 말도 어느 누구에게나 맞는 말은 아닐 수도 있을 것이다. 한국에서도 영어를 영어 모국어 화자 선생님이 가르치는 영어 유치원이 한 달에 100만원을 호가하는 수업료에도 아주 인기가 많았지만, 점점 한국어로 영어를 가르치는 이중언어 유치원이 더 인기가 좋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안명동씨나 마은영씨의 경우에는 한국어 발음을 자신들의 귀에 들리는 대로 표기해서 공부하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사실 또한 존중해야 할 것이다. 어떤 이론이나 어떤 교수법도 모든 학생이나 환경에 맞을 수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구은희 기자는 미국 실리콘밸리 지역 어드로이트 칼리지 학장이자 교수, 시인입니다. 어드로이트 칼리지 한국어 교실 이야기는 산문집 '한국어 사세요!'에서 더 많이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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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한국어 및 한국 문화를 가르치는 교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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