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에 널리 행해진 공놀이 중 격구경기를 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이처럼 말을 타고 공놀이를 하는 격구와 땅에서 채를 이용하여 노는 격방 등 다양한 놀이들이 조선시대에도 있었습니다. (무예24기보존회 마상무예단 격구훈련 중)최형국
세계인의 관심이 둥근 공 하나에 집중되어 이리저리 굴러가는 모습을 바라보며 울고 웃게 되는 현실입니다. 발로 차는 축구는 기본이고, 도구를 가지고 공을 치는 야구나 골프 그리고 테니스는 이미 세계인이 함께 하는 스포츠가 되었습니다.
특히 골프는 근래에 우리나라의 선수들이 세계 정상의 스타들을 물리치고 우승을 하는 등 두각을 나타내어 새로운 관심을 받는 종목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과연 조선시대에도 이런 공놀이를 했을까요?
세종, 밤을 새워 공치기해도 좋더라
@BRI@조선시대에 일정한 도구를 가지고 공놀이를 한 것으로는 격구(擊毬)와 격방(擊棒) 그리고 장구(杖毬)가 대표적입니다.
격구는 서양의 폴로경기와 유사한 공놀이로 무과시험에서도 정식 과목으로 인정받은 말을 타고 했던 기마경기였고, 격방은 타구(打毬), 봉희(棒戱)라는 이름으로 요즘의 골프와 비슷한 놀이였습니다. 그리고 장구는 일종의 필드하키와 유사한 놀이로 현재까지도 몇몇 지역에서는 이어지고 있는 전통 공놀이입니다.
이렇게 다양한 공놀이 중 봉희라는 이름으로도 함께 불리던 격방은 조선시대에 임금님도 즐겼던 놀이였습니다. 특히 세종은 경신일에는 종친들과 신하들을 불러 모아 밤새도록 격방을 즐기며 하룻밤을 꼴딱 새기도 하였습니다.
경신일이라는 것은 도교에서 말하는 것으로, 일 년에 6번씩 60일마다 돌아오는 날입니다. 이 날은 사람의 몸에 숨어 있던 삼시충이라는 녀석이 몰래 나와서 천제에게 그 사람의 나쁜 일을 밀고한다고 하였기에 잠을 자지 않고 뜬 눈으로 새야 장수한다는 날입니다. 특히 세종은 경신일에는 어김없이 격방을 즐겼는데, 얼마나 좋아했던지 이후 성종 때까지 그 일을 기억하기도 하였습니다.
"옛날에 세종조(世宗朝)에서는 해가 바뀌는 때에 경신(庚申)하여 종친(宗親)을 모아 혹은 격방(擊棒)을 하면서 밤을 지내게 했는데, 옛 시(詩)에도 경신일(庚申日)을 지키면서 지은 것이 있다." <성종실록, 성종 10년 12월 6일>
그런데 조선시대 임금의 경우 자기 마음대로 밤을 새워 놀이를 하거나 일을 할 경우 신하들에게 많은 눈치를 보았습니다. 비록 임금이라는 절대 권력의 소유자지만 그의 건강이 곧 나라의 건강이었기에 더욱 그러하였지요. 그런데 이날은 경신일임을 핑계 삼아 밤을 새워 공놀이를 해도 신하들에게 눈치 볼 필요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가끔은 신하들에게 술과 음식을 내려 약간의 입막음(?)도 하기도 하였습니다.